헤알화도 약세로 돌아서 손실 더 확대될 듯…“연내 국회 통과 불투명해진 브라질 연금개혁안이 원인”

올해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브라질 투자가 최근 들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증시 활황에도 브라질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채권 투자 역시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가치 하락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라질은 고질적인 정부부채와 함께 미미한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내부적으론 연금개혁 여부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잘나가던 브라질에 찾아온 겨울

브라질 주식형 펀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최근 한 달 간 브라질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9.9%로 지역별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이 1.18%인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이는 브라질 증시의 대표지수인 보베스파(BOVESPA) 상승세가 꺾인 데서 비롯됐다.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각) 기준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70826.59로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 76891.84에서 7.7% 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87%, 코스닥은 14.7% 상승했다. 보세스파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올해초 대비 24.8% 상승한 상황이었다.

채권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브라질 채권은 브라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브라질 경제 회복 등 기대감에 투자자금이 몰렸었다. 실제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에만 7차례에 걸쳐 6.25%포인트를 내리면서 채권 금리는 가파르게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서부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국채 5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달 19일 9.28%였지만 이달 15일에는 10.02%로 74bp(basis point, 1bp=0.01%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헤알화 가치도 하락해 투자자들의 내상은 더욱 컸다. 지난 9월 3일 달러·헤알화 환율은 3.08로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지만 최근들어선 3.3헤알로 환율이 상승했다. 브라질 투자자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달러로 헤알화를 사야하는데, 헤알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환 헤지가 안 된 펀드나 채권 투자 수익률이 낮아진다. 

◇ 불확실성 커진 브라질···“연금 개혁 통과 여부 지켜봐야”

브라질 투자 자산의 수익률이 다시 상승하기 위해선 브라질 경제 회복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다. 당초 브라질은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따라 에너지 업종 등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브라질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개선됐지만 1분기 성장률(1%)에 비해선 크게 둔화됐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브라질의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0.7%로 내다봤는데 이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에 속한다.

브라질 정부 부채 규모도 낮아지지 않고 있다. 브라질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69.49%였지만 지난 8월들어 73.7%로 상승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06년 말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올해 80%를 넘고 2022년에 9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브라질 내부적 문제도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이 브라질 노동계의 반대, 테메르 대통령의 권력 약화에 연내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올해 브라질이 연금개혁을 통해 재정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 경우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강현구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브라질 관련 자산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건 확실시 됐던 브라질 연금개혁이 최근 들어 불투명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브라질 경제가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연금개혁 이슈도 늦어도 내년 1월에는 해결될 것으로 보여 최근 약세는 단기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브라질이 연금개혁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최근들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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