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달 26일까지 전자담배 기기 할인 규제…업계 “유해성 낮지만 규제 많아 유감”
담배 회사들이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보다 현저히 낮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이들 제품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 수준으로 올린 데다 담배 판촉 행위도 금지하고 나선 것이다. 경고 그림 부착 의무화도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처럼 궐련형 전자담배를 견제하고 나선 이유는 최근 다시 오름세에 있는 흡연율 탓이다. 담배값을 2000원 인상했던 지난 2015년 30%대까지 떨어졌던 성인 남성 흡연율은 지난해 40.7%로 다시 올랐다. 지난해 12월 일반 궐련담배에 대한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 이후에 잠시 줄어드는가 싶었던 담배 판매량은 올해 4월, 제도 도입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선포한 ‘흡연과의 전쟁’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유해성 정도’ 두고 정부-업계 간 여전히 이견
이에 정부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이코스(필립모리스), 글로(BAT)에 칼을 빼들었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하고, 다음달 26일까지 담배판매 촉진행위 규제 강화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담배소비를 유도하는 다양한 담배판매 촉진행위를 정하고, 관할 구역 시·군·구청에서 이러한 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시정조치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행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는 신고한 가격으로만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 히팅 디바이스 등 전자담배 전자장치는 온라인 사이트나 판매점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이코스 디바이스는 정상가 12만원에서 할인 받을 경우 9만7000원에 구매 가능하다. 글로는 9만원짜리 기기가 7만원에, 릴은 9만5000원짜리 기기가 6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담배는 할인이 불가한데도 버젓이 할인 판매되는 이유는 히팅 디바이스가 담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자담배의 전자기기 부분은 현행법 상 담배에 해당되지 않음을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담배소비 유도를 목적으로 한 사실상의 금품 또는 편의 제공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유사 금품 제공행위의 구체적 유형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할 수 있도록 해 각종 할인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가열담배에 대한 정부 규제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2015년 정부의 담뱃세 인상 이유가 담배의 유해성이었던 걸 생각해 볼 때, 유해성이 적은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은 일반 담배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첫 상륙하던 때,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반반 섞어놓은 특징 탓에 부과되는 세율이 일반 담배의 50% 수준으로 책정됐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 아이코스에 부과되는 세율은 일반 담배의 50% 안팎이다. 일본은 30%, 이탈리아는 40%, 스위스는 21%, 그리스는 35%, 러시아는 57%다.
다만 정부는 가열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 명확한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뒤늦게 유해물질 배출 연구에 나섰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규제를 일반담배 수준으로 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담배 회사들은 자사 제품이 ‘덜 해롭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필립모리스 코리아는 지난 14일 자사 의학 담당 수석을 앞세워 “한국에서 판매되는 일반담배보다 아이코스가 평균적으로 유해물질이 9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체에 덜 유해하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는 정부가 인체에 덜 유해한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을 일반 담배와 똑같이 책정하는 데 대해서 유감”이라면서 “(가열담배가) 유해물질이 적다는 사실은 각 사 연구로도 이미 밝혀진 바 있는 만큼 정책에 있어서도 일반 담배와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이 일반 담배와 다름없다는 반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담배 전문가인 스탠턴 글랜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SF) 교수는 최근 “아이코스가 인체에 주는 영향이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식약처의 연구결과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가열 담배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