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고정 결함에도 적용, 그랜저IG 개선조치 14개 중 절반은 S/W 업데이트…전문가 “모든 문제 해결할 순 없어”

현대자동차가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를 결함 시정 ‘만능키’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불거진 8단 자동변속기 기어 5단 고정 결함에 대해 재차 부품 교체가 아닌, 미션 제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라는 무상 수리 방침을 정한 탓이다.

현대차는 2015년 아반떼 전동식 조향장치(이하 MDPS) 센서 작동 불능과 2016년 제네시스 G80 시동꺼짐 결함에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결함 개선 방법으로 사용했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장 적절한 개선책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기어 5단 고정 결함이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현대차 전 모델에서 발생하는 데 따라, 지난달부터 미션제어장치(TCU) 업그레이드를 무상수리 형식으로 진행 중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그랜저IG, 맥스크루즈 등에 장착된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기어 5단 고정 결함은 그랜저IG 가솔린 모델을 중심으로 지난 4월 불거졌다. 기어 5단 고정 결함이 발생한 8단 자동변속기 장착 차량은 주행 속도와 관계없이 기어가 5단에 고정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어 노브를 수동 조작으로 바꿔도 기어는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기어 5단 고정 결함 발생 시 계속에서 엔진과 미션 등 파워트레인에 무리가 가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기어가 5단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주행은 엔진회전수 증가를 유발해 파워트레인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성능이 좋아지면서 기어 고정으로 발생한 엔진 소음 등을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잦다”면서 “현대차는 엔진과 변속기 점검을 진행하고 무엇보다 보증 기간을 연장하는 게 적절한 대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기어 고정은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파워트레인 과부하를 막기 위해 설정된 장치인 만큼, 파워트레인 성능저하와는 관계가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소프트웨어 오류에 따른 문제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한 결함 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어 5단 고정 결함이 처음 불거진 그랜저IG의 경우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14가지 결함을 개선했고, 이중 7가지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해결책으로 내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결함을 개선하는 게 아닌,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G80의 시동 꺼짐 현상에 대해 전자제어장치(ECU) 업그레이드를 개선책으로 내놨지만, 시동꺼짐은 반복됐다.

차량 내 TCU나 ECU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엔진이나 변속기, 출력 및 토크, 브레이크 상태 등 자동차의 모든 부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자동차의 두뇌다. 최근 차량 내 전자장비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일부 성능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제네시스 G80과 같이 엔진 회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시동이 꺼지는 결함에 대해 ECU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엔진 회전 감소구간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엔진 출력을 억지로 올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5년 현대차가 MDPS 센서 작동 불능에 따른 핸들 잠김 개선 조치로 내놓은 MDPS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현대차는 MDPS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결함 시정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진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MDPS 센서 작동 불능에 따른 핸들 잠김은 토크센서 전기회로판 설계 결함”이라면서 “설계 결함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덮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MDPS 결함 은폐 의혹으로 집단소송에 피소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결함 등 차량 문제 해결이 완벽히 가능하다고 판단해 조치한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시행하는 빈도가 높다는 것은 고객 불편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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