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美 특허심판원에 폴리카보네이트 관련 특허행정소송 제기…SK이노 "소송 공문 도착하면 절차에 따라 대응"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SK이노베이션에 특허권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IT(정보기술)나 전자 분야가 아닌 국내 최대 석유 화학 업체가 보유한 특허에 세계적인 석유기업이 분쟁을 제기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일이라는 평가다.
16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는 최근 미국 특허심판원에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특허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특허는 에폭사이드/이산화탄소 폴리카보네이트와 관련된 특허로 미국내 특허번호는 ‘US9023979’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람코가 제기한 특허 행정소송이 확인됐고, 미국 특허청에서 판단할 문제라 세부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며 “미국 특허심판원에서 행정소송 공문을 보내는데 아직 도착 안했고 도착하면 절차와 필요도에 따라 대응할 것”고 말했다.
아람코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미국내 특허권에 대해 유효성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하는 절차다. 행정심판이지만 미국특허법(America Invents Act)에 기반해 구속력(Binding)을 갖추고 있다. 다만 행정절차라는 점에서 사법절차와는 구분된다.
이번 행정소송과 관련된 특허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획득했다. 이 특허는 폴리카보네이트와 관련 분자량과 사슬형구조를 연쇄이동제를 통해 조절하는 내용이다. 이 특허에 따르면 폴리머 화합물은 선형구조 뿐 아니라, 별구조체인구조(star-shaped chain strucuture)를 갖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08년부터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머로 만드는 기술 개발에 나서 성공했다. 해당 특허는 이 과정에서 획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기에 SK이노베이션은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 그린폴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이나 기술 측면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개혁안인 비전2030에서 아람코의 사업 다각화에 힘을 주면서 생긴 일이란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국가 경제의 석유 산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 경제개혁안인 비전2030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상장 계획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상장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는 비전2030의 일환으로 석유 산업이 아닌 화학 분야에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무와 플라스틱 분야 등으로 다각화를 진행하는 중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독일 랑세스사와 함께 합성고무 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2016년 출범에 성공했다. 합성고무와 플라스틱 등은 화학 업계의 주요 제품으로 꼽힌다.
아람코의 다각화 행보에서 이번 특허 행정소송과 연관되는 분야는 지난 2016년 미국 노보머(Novomer)사로부터 인수한 이산화탄소 고분자화합물 전환 기술이 지목된다. 미국 노보머사는 이산화탄소를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조하는 기술로 가진 곳이다. 지난 2000년대 중반에 이미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와 에폭사이드를 반응시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람코는 노보머사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기술 일체를 획득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가 SK이노베이션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보유중인 특허가 의미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