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실적 타격 불가피해도 갤럭시S9 호재…디스플레이는 대형 호재

/ 사진=셔터스톡

애플이 24일 한국과 태국, 터키, 말레이시아 등 13개국에서 아이폰X(텐)을 정식 출시한다. 아이폰X은 미국·일본·중국 등 50여개 국가에서 1차로 출시됐었다. 국내서는 아이폰8이 나온 지 채 한 달이 안 돼 아이폰X이 등장하게 됐다.

그간 복수의 외신은 애플이 아이폰X의 얼굴인식 기능 ‘페이스ID’ 핵심 부품 수율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해왔었다. 수율은 투입량에 대한 완제품의 비율을 뜻한다. 이 때문에 수율은 회사의 생산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페이스ID는 아이폰X의 새로운 기능 중 하나다. 광센서, 근접센서, 적외선카메라, 도트 프로젝터 등으로 구성된 트루뎁스(TrueDepth) 카메라를 활용해 사용자 얼굴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8일(현지시간) 제레미 부쇼(Jérémie Bouchaud) IHS 마킷 MEMS 및 센서부문 선임 이사는 “트루뎁스 시스템과 각 부품의 조립 및 테스트는 꽤 까다로운 과정이다. 이는 아이폰 X의 제작 지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출시 국가를 예상보다 빠르게 늘렸다는 점은 이 변수를 해결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최대 라이벌 삼성전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IM(IT&Mobile) 사업부의 4분기 실적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를 빼면 별로 나쁠 게 없는 이슈다. 차기 플래그십(flagship)과 디스플레이 부문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새 가격대가 형성된 점도 삼성전자로서는 나쁠 게 없는 현상이다.

갤럭시노트8 판매전선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갤노트8은 역대 노트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사전예약 판매량(85만대)을 기록했다. 또 출시 48일 만에 100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덕분에 3분기 IM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3조29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4분기 삼성 IM 실적을 2조9000억원~3조1000원으로 사이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이 관측에는 아이폰X 조기출시라는 변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생산 수율 문제를 해결한 아이폰X이 세계 곳곳에 빠르게 풀리면 IM 실적 예상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아이폰X 조기출시 이슈가 꼭 부정적인 건 아니다. 갤럭시S9에 미칠 파장이 최소화 된 덕분이다. 갤럭시S9은 2018년 3월 출시 가능성이 높다. 그간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가 아이폰X 출시 지연을 고려해 갤럭시S9 출시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와 관련 이경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갤럭시S9의 경우) 경쟁사를 의식한 출시 시기 조정보다는 자체 로드맵과 소비자 니즈를 감안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노트 시리즈보다 S 시리즈를 더 많이 판매한다. 갤럭시S9은 아이폰X 초기 열풍 흐름으로부터 일정하게 벗어났다. 실적전선에는 그만큼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시장에 새 가격대가 형성된 점도 곰곰이 따져볼 대목이다. 아이폰X의 국내출고가는 64GB와 256GB 모델 각각 142만원, 163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가격은 언락폰(공기계) 기준이다. 부품의 고급화와 10주년 에디션이라는 점이 맞물려 탄생한 출고가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은 아이폰 X(64GB)의 부품원가(BOM)를 370.25달러(약 41만 2100원)으로 추정했다.

이를 두고 앤드류 라스웨일러(Andrew Rassweiler) IHS마킷 원가분석 서비스 부문 선임 이사는 “기본 구조는 아이폰 8 Plus와 비슷하며, 두 모델의 기본적인 플랫폼은 같은 부품들로 구성돼 있다. 아이폰 X의 경우 아몰레드(AM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디스플레이와 트루뎁스(TrueDepth) 센싱 기능으로 인해 가격이 높아졌다”면서 “아이폰에 필적할 만한 다른 스마트폰 중 가장 높은 가격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가격대를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HS 마킷이 AMOLED 디스플레이를 가격 상승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은 점도 이야깃거리다. 아이폰 X에 적용된 AMOLED 디스플레이는 5.85인치, 19.5:9 화면비로 편광필름 아래에 포스 터치 센서를 부착했다. 이를 공급하는 업체가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다.

IHS 마킷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아이폰 사양에 맞는 플렉시블 AMOLED를 약 6700만대 공급한다. IHS 마킷은 커버 유리, AMOLED 패널 및 포스 터치 센서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모듈 비용을 110달러로 추정했다. 아이폰X이 많이 팔릴수록 삼성디스플레이가 큰 마진을 거둬들이는 구조다.

애플 덕에 AMOLED 패널이 대세가 된 점도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 대형호재다. 데이비드 셰이(David Hsieh) IHS마킷 디스플레이 부문 전무는 “갤럭시 S8/S8+와 아이폰 X은 거의 베젤이 없고 80% 이상의 스크린 대 바디 비율을 하고 있다”면서 “전면 스크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애플이 주력 스마트폰에 AMOLED 패널을 사용한 것은 향후 좀 더 진화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디스플레이의 노치를 제거하고, 이후 스마트폰/태블릿 콤보 폼팩터(form factor)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서 절대강세를 보이는 업체가 바로 삼성디스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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