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 차체, 경쾌한 가속…가솔린모델보다 250만원 비싸, 소비자 가격저항도가 흥행 관건
한국GM이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 디젤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건다. 올해 1월 한국GM은 크루즈 가솔린을 내놓고 한국GM 판매 호조를 이끌 주력 모델로 정했지만, 올 뉴 크루즈 가솔린은 올해 3월 고객 인도 시작과 동시에 신차효과가 사라졌다. 출시 초기 가격 책정 실패와 생산 초기 불거진 품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한국GM이 주행 성능을 강조할 틈은 없었다.
한국GM은 올해 초 전하지 못한 올 뉴 크루즈의 주행 성능을 디젤 모델을 통해 다시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은 더 단단해졌음에도 더 가벼워진 차체에 차축을 회전하는 힘이 큰 디젤 엔진을 적용한 만큼, 가솔린 모델보다 경쾌한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디젤 모델은 동급 가솔린 모델보다 토크값이 높아 가속 성능이 우수한 장점을 갖는다.
올 뉴 크루즈는 유럽 오펠이 제너럴모터스(GM)에 속해있을 때 쉐보레와 함께 새로 개발한 차체가 기반이다. 새 차체가 적용된 올 뉴 크루즈는 기존 크루즈보다 27% 향상된 차체 강성과 110kg 가벼워진 차체를 가졌다. 여기에 지금까지 크루즈에 탑재된 적 없는 직렬 4기통 1.6ℓ CDTI 엔진이 장착된 올 뉴 크루즈 디젤 모델에 앉아 서울서 경기도 양주까지 90㎞ 달렸다.
올 뉴 크루즈 디젤 모델 외형은 올해 3월 본격적인 출고가 이뤄진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다. 외장에 사용된 굵은 선 덕분에 강인하고 단단한 인상이다. 차급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실내 공간도 넓다. 기존 크루즈 모델과 비교해 휠베이스는 15mm, 전장은 25mm 늘어났다. 가솔린 엔진보다 디젤 엔진의 크기가 크지만, 공간 손해 없이 동일 차체에 장착됐다.
유일한 차이는 엔진이다. 올 뉴 크루즈 디젤에는 GM이 내놓은 최신 1.6ℓ CDTi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무거운 주철 대신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차체 경량화에도 도움이 되는 엔진이다. 뛰어난 내구성과 정숙성으로 유럽에서는 ‘위스퍼 디젤(Whisper Disel, 속삭이는 디젤)’로 불리고 있다. 1.6ℓ CDTi 디젤 엔진은 트랙스와 올란도에도 먼저 적용돼 검증을 마쳤다.
1.6ℓ CDTi 디젤 엔진은 레져용 차량(RV)인 트랙스와 올란도보다 가벼운 준중형 세단을 힘 있게 끌었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은 저속에서 시속 100km를 넘는 고속까지 막힘없이 가속됐다. 3세대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돼 최고출력 134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내는 덕이다. 가솔린 모델(153마력)보다 출력은 낮지만 최대토크(가솔린 24.5kg·m)는 8.1㎏·m 높다.
산길 주행도 거침없었다. 오펠이 차체의 74.6%에 고강도 재질을 적용해 기본적인 차체 강성을 높인 데다 오펠이 개발한 디젤 엔진 간 조화가 좋았다. 실제로 올 뉴 크루즈 디젤은 미국에서 개발해 부평공장에서 생산한 엔진이 적용되는 올 뉴 크루즈 가솔린과 달리 오펠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한 엔진을 수입해 생산한다. 가파른 언덕에서도 차량은 순발력 있게 움직였다.
정숙성은 차급 대비 만족스럽다. 급가속 엔진 소음이나, 고속 주행 풍절음 역시 억제돼 있다. 특히 급가속 엔진 소음은 디젤 엔진보다 가솔린 엔진과 닮은 소리를 냈다. 올 뉴 크루즈 디젤에는 동급으로는 드물게 랙타입 전자식 차속 감응 파워스티어링(R-EPS) 시스템이 적용됐다. 덕분에 운전대는 저속과 고속에서의 조향질감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젤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인 연비도 준수한 편이다. 올 뉴 크루즈 디젤모델 공인 복합 연비는 16.0km/ℓ다. 급가속과 감속 산길 주행을 마친 실연비는 13㎞/ℓ였다. 공인 복합 연비 측정에 16~17인치 타이어가 사용된 반면, 시승에는 18인치 타이어가 장착됐다. 급가속과 급제동 없이 도로 흐름에 따라 정속 주행을 할 때는 17km/ℓ 수준의 실연비를 기록했다.
한국GM의 주행 성능 강조는 다시 가격 문제에 부딪힌다. 올해 1월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 가솔린 모델을 프리미엄 준중형 세단으로 정의하고 비교적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가 2개월이 흐른 지난 3월 최대 200만원 가격 인하에 나선 바 있다. 준중형 세단이 2030세대의 생애 첫 차로 인기를 끄는 탓에 가격 민감성이 큰 탓이다. 가격 충격은 신차 효과 상실로 이어졌다.
올 뉴 크루즈 디젤 판매 가격은 LT 2249만원, LT 디럭스 2376만원, LTZ 2558만원으로 정해졌다. 올 뉴 크루즈 가솔린(1.4 터보) 모델 판매 가격이 1690만~2349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디젤 모델은 가솔린 모델보다 225만(LT 디럭스)~250만원(LT, LTZ) 높게 책정됐다. 경쟁 모델 현대차 아반떼 1.6ℓ 디젤 모델은 1640만~2427만원이다. 올 뉴 크루즈는 또 조금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