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도 '관료출신 올드보이' 금융단체장 문제 제기…은행연합회 이달 중순부터 인선절차 본격화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67)이 53대 신임 회장으로 6일 취임했다. 지난 8월 전임 장남식 회장 임기가 끝난 후 3개월 만에 맞이한 회장이다. 김 신임 회장은 “협회는 업계 최우선 가치인 소비자 신뢰 증진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김 회장 취임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손보협회는 장 회장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후임 회장을 찾지 못했다. 9월에야 회장 인선을 시작해 10월 말에 회장을 선임할 수 있었다. 대상이 금융감독위원장까지 지낸 김용덕 회장이었다.
힘들게 선임했지만 이번엔 배경이 문제가 됐다. 참여정부 인사이기도 했고 28년만에 맞은 장관급 회장이었다. 관피아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연령으로 '관료출신 올드보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피해갈 수 없었다.
손해보험협회장 뒤를 이어 줄줄이 대기한 금융협회장 인사에 참여정부 출신 관료들이 자리를 넘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은행연합회는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79) 등의 이름이 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23년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쳐 재정경제원으로 출범할때 초대 장관겸 부총리를 지냈다.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68)도 후보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재경부{옛 기획재정부) 국장을 거쳐 2000년대초반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다.
손해보험협회의 경우 김 협회장이 취임하면서 일단락됐다. 김 회장은 취임하면서 “인슈어테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해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는 손보협회에 이어 인선이 시작되는 은행연합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이달 중순부터 회장 선임 절차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사회 이사인 은행장들이 각 1명씩 회장 후보를 추천하면 2~3차례 간담회에서 최종 후보를 추리는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과거 한차레 이사회에서 ‘코드 인사’를 통해 추천된 한명의 인물을 최종 후보로 결정하는 것과 달리 투명한 선임을 위해 이사회 일정을 늘렸다. 회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인선하는 방안은 무산됐지만 나름의 합리성과 투명성, 내실화를 더하기 위한 절차다.
협회장 자리에 관료 출신이 앉으면 금융당국 고위 관료들과 소통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 핀테크로 금융이 급변하는 시기에 제대로 이에 대응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근 금융협회장 하마평을 보면서 눈을 의심했다”면서 “거론되는 분들 중에 20년전에 금융수장을 하시던 분들도 있더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분들이 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금융협회장이 되면 금융위원장이나 금융감독원장이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냐”며 “금융위원장이 진언을 좀 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만약 그런 분들이 올 가능성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은행연합회장은 거론되던 관료 출신들에 대한 지적이 연이어 제기되자 최근 민간 출신이 부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표적 인물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다.
신 전 사장은 우리은행장으로도 거론되는데 연륜 등을 고려할 때 행장보다는 은행연합회장이 적격이란 평가다. 특히 신 전 사장은 최근까지 금융환경의 변화를 경험했던 인물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 합류한 은행연합회에서 핀테크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에 후보들 중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용로 전 행장도 후보군들 중 상대적으로 젊고 기업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외환은행장 등을 거치며 민간에서 경험을 오랫동안 쌓았다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다만 오랜 관료생활을 거쳤다는 점에서 '무늬만 민간인'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은행연합회장 인선이 관피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