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아이들에게 사랑 담은 수제품 필통·필기류 전해…'필통 콘서트'로 참여 중심형 문화 조성

김정환 필통미니스트리 대표(44)는 글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필통(Feel-tong, 必通)이란 글자가 그를 대변한다.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는 믿음 하에 필통과 필기류를 제3세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지닌 인생‧사고관을 집약한 ‘신념’으로 집약된다. 신념이라는 구호가 집약되면 글이 된다. 김 대표는 필통을 본따 본인을 ‘필통 선교사’를 자처하며 마음이 담긴 필통을 제3국 아이들에게 나눈다. 

 

지난 2일 서초구에 위치한 시사저널 이코노미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인터뷰 도중 연신 “필통하다”를 언급했다. 18세기 프랑스 자연과학자인 뷔퐁이 언급한 “글은 그 사람이다”처럼 필통이란 단어는 그의 정체성이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필통미니스트리는 필(Feel)이 통(Tong)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별히 이같은 구호를 정한 이유가 있나

 

강원도 교회에서 청년들과 독서모임 중 “의미있는 활동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청소년들을 포함해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모색했다. 이에 아이들이 쓰던 중고 필통을 기부하는 콘서트를 하자는 기획안이 나왔다. 

 

필은 한자어로 반드시 필(必)이란 의미를 포함하는 중의적 의미다. 이를 확장하면 마음은 인종, 종교, 국경을 넘어 반드시 통한다는 의미가 발견된다. 이에 착안해 필통미니스트리란 이름을 붙였다.


손으로 직접 제작된 필통을 제3국 아이들에게 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초기에는 학생들에게서 학용품과 필통을 기부 받았다. 다만 물품중에는 깨끗하지 않은 학용품이 나오기도 했다. 이때 콘서트 참가자들이 수공예로 필통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냅킨 아트라는 공예로 필통을 제작하는 방법이다. 수제작된 필통은 좋은 마음씨를 지닌 사람의 손내음이 담긴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깨끗한 필통을 제3국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수제작된 필통을 더 반길 것 같다

 

수제작된 필통엔 사람의 따뜻한 손내음이 담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사람과 사람을 손을 통해 연결해준다. 필통을 받는 사람에게 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전하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다. 나눔과 참여, 제작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면서 마음이 담긴다. 단순히 기부를 하고 돈을 내는 것보다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3일 시사저널e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 도중 김정환 필통미니스트리 대표가 수제작된 필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노성윤 영상기자

제3국 아이들에게 필통과 필기류 전할 때 어떤 경로를 활용하나

 

대부분 인편을 통해 전달한다. 우편을 통해 보내면 분실 위험성, 비용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여행자, 대학생 봉사팀, 단기 봉사팀들이 전달자 역할을 해준다. 사람의 손을 거치는 만큼 손내음이 더 커진다.

 

필통미니스트리가 필통 콘서트를 개최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본래 찬양 사역자, 문화 기획자로 일했다. 그러던 중 단순히 교회 안에서 찬양, 예배만으로 끝나는 문화활동이 아쉬웠다. 좀더 적극적으로 필통제작 등을 하면서 나눔, 참여 등 ‘참여 중심형’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에 강원도 원주에서 처음 필통 콘서트를 개최했다. 

 

콘서트에 참여하는 이들의 구성이 어떻게 되나

 

CCM(현대 기독교 음악) 가수, 예술가, 노래 등의 퍼포먼스를 하는 이들이 참여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할시 가곡 등의 대중가요를 다루는 사람도 참여한다. 콘서트 대상에 따라 공연의 내용을 조정한다.


찬양‧예배 등의 문화활동에서 결국 비정부기구(NGO) 활동으로 전환한 건데, 노선을 변경한 이유가 있나

 

교회 안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회 참여적인 정신을 배웠다. 나눔과 봉사활동에 비(非)기독교인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찬양, 예배의 문화영역을 사회참여와 봉사, 나눔의 영역으로 확대하게 됐다.

 

NGO 활동의 경우 종교 색체가 옅어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적을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자원봉사 축제에서 부스를 통해 필통을 만들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아이들에게 나눔의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적극 참여했다. 종교와 상관없이 좋은 일에 뜻을 모아주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이들과 함께 일반인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아하’라는 밴드활동을 하면서 작사, 작곡을 한 걸로 알고 있다. 활동영역이 넓은 것 같다

 

찬양사역자로 밴드활동을 했다. 지하철, 거리, 일반 학교 등 교회 안팎에서 공연을 했다. 이때 경험이 밑거름이 돼 음악인들과도 편안히 소통이 된다.

 

필통 콘서트 중 직접 기타를 치는 경우도 있나

 

노래를 직접하기도 한다. 또한 자식과 같이 무대를 갖는 경우도 있다. 둘이 듀엣으로 노래를 하기도 했다(웃음). 

 

노래 뿐만 아니라 콘서트 중간에 사회자 역할을 맡아 토크 시간을 갖는다. 이때 NGO 활동, 제3세계 문제를 풀어낸다. MC 역할을 맡는 셈이다. 예명은 ‘김필통’이다 음악회 사회를 보는 등 사회자 활동에 도움이 된다. 어이든지 불러주면 사회를 볼 자신이 있다(웃음).

 

필통미니스트리는 사무실이 없다. 주거지인 강원도에서 수도권까지 왕복이 어려울듯하다

 

내가 있는 곳이 사무실이며 사람이 있는 곳이 사무실이다. 움직이는 사무실인 셈이다. 1인 NGO 활동가처럼 활동하고 있다. 교회 등 사람을 만나는 장소는 어디든 힘이 닿는 곳까지 다녀보자는 생각이다.

 

교회활동과 더불어 필통활동까지 하면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아이들 셋이 있는 만큼 가정생활까지 더하면 바쁜 삶이다. 그럼에도 바쁜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게 애쓰고 있다. 다행히 필통 활동을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활동들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필통미스트리 참가자들이 작성한 수기편지가 놓여 있다. / 사진=노성윤 영상기자

일반 교회활동에 비해 필통제작의 경우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가 쉬울 것 같다

 

일반인들이 나눔이나 기부를 어렵게 생각할 수 있다. 처음 필통 제작은 그에 비해 일반인의 참여가 쉽다. 처음 필통 콘서트를 했을 때 한 학생이 홈페이지에 리뷰를 남겼다. 매달 돈을 기부하는 게 어렵지만 해외 아이들을 돕고 싶은 생각을 가진 학생이다. 필통 제작을 하면서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 기뻤다고 말했다.

 

또한 다양한 연령층도 필통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3살부터 80대 노인 모두가 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도 함께 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면서 더 큰 의미가 생긴다. 소외받는 자도 누구든 마음을 나눌 수 있단 메시지를 필통을 통해 전달 가능하다. 필통을 받는 이에게도 ‘너희들도 더 어려운 사람한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필통의 의미다.

 

필통 활동을 하면서 인상적 에피소드는

 

지난해 남수단에 필통을 전달하는 봉사팀이 입국했다. 다만 내전이 발생했다. 이에 봉사팀이 우간다로 대피를 했다. 결국 우간다 난민촌에 있는 남수단 사람들에게 필통을 전달할 수 있었다.

 

몇 개월이 지나 필통을 받은 여학생이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아이 이름이 ‘안조요’였다. 필통을 주는데 안조요라는 이름이 어색해 웃음이 나왔다. 다만 이름에 슬픈 사연이 있었다. 남수단에서 조요는 평화라는 뜻을 지닌다. 안조요는 평화가 없어 불행, 불안하다는 의미다. 최빈국인 남수단에서 내전까지 발생해 부모가 아이 이름을 통해 불안한 마음을 전달한 셈이다. 

 

간혹 제3국에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더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필통은 전쟁을 이기고 희망, 용기를 갖자는 의미를 지닌다. 필통은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해준다. 또한 누군가 한국에서 ‘널 기억하고 있다’는 마음의 선물도 될 수 있다.

 

필통미니스트리는 ‘인종과 국경을 넘어 아이들을 품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란 구호를 내세운다. 불교, 이슬람 문화권에서 이를 꺼려하지 않나

 

선교활동은 일반적인 주장을 펼치는 일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 교리전파로 기독교 선교의 길이 막히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허용된 범위 내에서 인격적 교류가 이뤄지는 게 선교라 생각한다. 단순히 교리만을 전하지 않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소통하는 것이 선교다. 

 

필통미니스트리는 교리를 떠나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인도주의적인 활동이라 생각한다. 이같은 이념 하에 무슬림일지라도 선물을 주고 받는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통은 가장 인도주의적 선물이 돼야 한다 생각한다. 단순히 교리를 전하는 목적의 도구로만 사용되선 안된다고 본다.

 

시리아에 필통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지원국으로 시리아를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세계 아이들 중 가장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이 누굴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시리아 난민이 떠올랐다. 다만 시리아 난민과 연결될 계기가 없어 마음만 품고 있었다. 

 

다만 지인을 통해 터키에 시리아 난민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터키 거주 시리아 난민에게 필통을 전달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작년에 200여개의 필통을 보내면서 시리아 난민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좀더 많은 분들이 필통제작에 참여하신다.

 

시리아 난민은 터키와 레바논 등 인접 국가에 많이 있다. 시리아 내 난민이 600만명, 주변 국에 400만명이 주변국에 흩어져 있다. 주변국을 경유해 시리아 난민에게 한국의 마음을 전하자는 계기로 시리아에 필통을 지원하게 됐다.


최근 국내 거주 시리아 난민 활동가인 와합 헬프 시리아 대표를 만난 걸로 알고 있다. 국내 체류 제3국 구호단체와 교류를 이어가기도 하나

 

와합씨는 시리아에 필통을 전하는 활동을 생각할 때 추천을 받은 분이다. 얘기를 나눠보니 시리아 상황에 대해 더 피부에 와닿게 됐다. 와합씨를 통해 시리아 내부 사정을 알리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와합씨와는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이어갈 생각이다.

 

시리아 내부 사정은 어떤지 궁금하다

 

난민촌 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들었다. 시리아에서 학생들이 학교를 못가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더군다나 같은 시리아 사람임에도 난민촌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문화단절 현상도 일어난다고 들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심각한 상황이다. 

 

시리아 내부 사정은 국내 문제와도 연결된다. 지난해 김군이란 학생이 이슬람국가(IS)에 지원했다. 은둔형 청소년이어서 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결과다. 사회적 문제나 현상을 외면하고 내버려두면 그 파급효과는 우리에게도 미친다는 교훈을 준다. 

 

구호단체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NGO, 복지단체들이 부정적 뉴스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단체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선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이들도 다수 있다는 사실을 구호활동가, 단체들이 알리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통미니스트리 활동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 있나

 

더 많은 사람에게 필통 활동을 알리기 위해 콘서트 등의 문화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참여자들의 연대, 연합을 통해 더 큰 시너지가 나는 방안을 생각한다. 재능기부자, 기업, 개인의 손길이 모여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더 확산되길 바란다.

 

필통은 사랑이고 교류다. ‘필통은 사랑합니다’가 우리의 구호다. 사방에서 필통하는 일들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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