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생태계 조성방안 발표에 “전문가 확보‧교육 혼선 최소화” 주문
“기업가 정신 교육한다는 건 좋은 데 기존 필수과목 시수도 부족한 건 어쩌나요?” (전북 전주 한가영 교사)
“기업가 정신 고취는 좋은데 구체적으로 뭘 가르칠지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 (벤처캐피탈 업체 관계자)
정부가 창업가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필수교육 과목에 ‘기업가정신 교육’을 골자로 하는 혁신창업지원안을 발표한 가운데, 학교 일선과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정책 추진을 환영하면서도 기존 교육체제와의 혼선과 관련 인력의 확보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혁신창업지원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교육현장을 창업친화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정규교육과정에 기업가정신 교육이 추가되고, 대학 내 창업 지원을 위한 규제가 풀린다.
정부는 교육현장의 창업친화적 개편을 위해 내년부터 중·고등학교 정규 교과과목에 기업가 정신 교육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창업교육을 통해 청소년 및 대학생의 도전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다.
정부안 대로면, 내년 3월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내후년 3월엔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까지 창업가 교육 대상이 확대된다. 2020년엔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교육을 받는다.
또한 정부는 대학 창업을 늘리기 위해 교원업적에 창업실적을 반영할 계획이다. 교수들이 직접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창업휴직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부처별로 운영하던 대학창업 지원사업도 ‘창업지원단’으로 일원화한다. 창업과 거리가 멀었던 교육현장을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일단 관련 업계와 학교 일선에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민간에서도 조기 기업가 교육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사업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해왔다. 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 개발을 위해서라도 조기 교육이 우선이라는 업계 의견도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업계 반응을 고려해 정책에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의 새로운 정책들이 교육현장에 잘 적용될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학교 현장에 창업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 창업가 정신 교육같은 경우엔 기존 교과운영방식과도 조율이 필요한 문제다. 실제 현장과 정책과의 괴리감을 좁힐 수 없을 거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북 전주에 위치한 한 중학교 교사 한가영(29)씨는 “구체적인 창업가 정신 교육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사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취지에서는 (창업 교육이) 좋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규 교과과정 안에서 필수 교과과목 외에 예체능, 재량학습 시수까지 부족한 이때 창업가 교육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영문 계명대 교수는 “그동안 전국에 있는 대학에서 청년창업, 소위 아이디어를 차출해 상금을 준 뒤 창업으로 내모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예비창업자를 위한 교육을 많이 한다고 해서 창업이 늘어나진 않는다. 돈을 주거나 교육을 한다고 해서 창업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오류를 범하진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중고등학교와 대학 내 창업 교육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교육과정 내 창업 지원책이 확대돼야 창업 도전이 늘어난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창업 전문가를 학교에 배치하고, 지역 교육기관에도 골고루 지원정책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이제 질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대학 내 창업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전문가나 교육지원책이 아직 미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번 혁신창업정책이 동의한다. 기업가 정신을 고취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1년만에 벤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비과세 재도입, 벤처투자자금 증대, 죽음의계곡 극복과 지원 강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30조원을 공급해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가장 큰 경제정책 목표는 일자리다”며 “대기업은 혁신주체지만 일자리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창업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일자리 대책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