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여전히 매력적…롯데, 중국사업 철수 시 부작용 우려도
한국과 중국 정부가 사드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간 교류협력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합의한 가운데 최근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롯데마트가 난감한 상황에 이른 모습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내린 철수 결정이기에, 이번 양국 간 협의를 롯데가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향후 중국 내 사업 재진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현재 중국 현지에 있는 롯데마트 112개 매장의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날 한중 양국이 사드 배치로 야기된 갈등을 봉합하기로 하면서 롯데마트가 매각 추진을 다시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 측이 “롯데마트 매각 건은 이미 진전돼 온 사항으로 변동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일단 매각 철회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롯데의 한중 화해 무드에 고작 1달여 앞서 결정된 철수 결정이 ‘치명적인 실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바로 중국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글로벌 유통기업을 지향하는 롯데가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보호무역 기조로 선회한 미국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점이다. 코트라(KOTRA)가 한중 사드 갈등이 한창인 지난 7월 발간한 ‘2017 중국진출 한국기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국 현지 법인 253개 업체를 대상으로 중국경제의 ‘긍정적인 요인’을 묻는 질문에 답변자의 60%는 ‘거대시장의 지속’을 가장 큰 기회요인으로 꼽았다. 생산기지 기능 지속(19%)과 세계 시장 진출 기점(10%) 등이 뒤를 이었다. 당시 코트라는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롯데는 이번 롯데마트 영업 중단과 면세점, 호텔 등의 매출하락, 선양 복합단지 공사 중단으로 약 2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롯데마트의 철수결정으로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의 주요 유통채널이 사라져 매출감소가 불가피하고 브랜드가치 하락까지 염려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중 사드 해빙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철수를 강행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향후 있을지 모르는) 롯데 재진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롯데가 매각작업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롯데가 향후에도 중국 사업에서 큰 이득을 보지 못한다는 판단으로 중국 내 마트사업을 서둘러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부동산을 보유할 수 없는 중국 현지 특성상 오래 끌어봐야 이득이 될 게 없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오래 보유하고 있으면 많은 부동산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반면 사유지 인정이 안되는 중국은 그럴 수 없다. 사드 해빙 분위기가 매각작업을 하는 데 롯데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