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은 이미 과반점유율 넘겨…장기 성장여력, 낸드플래시 ‘우세’ 판단한 듯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항공사진.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사상 처음 50%를 넘겼다. 초호황에도 아직 배가 고픈 걸까. 올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에 쓰는 돈은 30조원에 달한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낸드플래시(Nand Flash Memory)다.

왜 낸드플래시일까? 현재 더 큰 돈을 벌어다주는 건 D램인데 말이다. 장기적으로 낸드플래시의 성장여력이 D램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D램이 이미 과반점유율에 육박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2~3위권 업체들이 불확실성에 빠진 상황서 격차를 늘리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공급증가가 초래할 가격하락 가능성 정도가 유일한 변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반도체에만 29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며 “투자 가운데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LSI의 비중은 7대 3정도다”라고 밝혔다. 또 “메모리반도체 가운데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비중이 4대 6정도로 보면 된다”면서 “내년 반도체 투자는 향후 2~3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의 시설투자”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총 부지면적 289만㎡(87.5만평)에 이르는 평택 반도체 라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가동 전까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월 45만장 안팎으로 알려져 있었다. 평택공장 1층에 이어 새로 신설할 2층까지 정상가동하면 생산량은 월 40% 안팎까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는 라이벌 업체들에 2~3배 앞서는 수치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과반점유율 달성을 목표에 뒀다고 보는 분위기다. 1분기까지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5% 안팎이었다. 현재 점유율은 40%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5세대 96단 3D 낸드 양산을 위한 적층(쌓아올림) 원천 기술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현재 삼성전자에 가장 큰 돈을 벌어다주는 건 D램이다. 3분기 10조원 가까운 반도체 영업이익 중 D램에서만 6조원 넘는 수익이 났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는 3조원대 수익을 삼성전자에 안겨줬다. 삼성전자가 평택공장 상층 일부를 D램 증설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까닭도 이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낸드플래시 성장여력이 더 우세하다는 시각이 많다.

반도체 시장에 밝은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D램은 수요를 감안할 때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며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확확’ 떨어진다. 떨어진다고 해서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즉, 안 떨어지는 게 좋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반면 낸드플래시는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더 많이 생긴다. 낸드플래시 투자는 많이 해도 기회가 상당히 많다.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에서 앞선 삼성전자로서는 당연히 투자할 만하다”고 덧붙였다.(관련기사: [밖에서 본 삼성]⑦ 이승우 “삼성전자, 인텔 확실히 이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생산하는 4세대(64단) 3D V낸드 칩과 이를 기반으로한 메모리 제품.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이 이미 과반을 넘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점유율이 더 높아지면 독과점 규제 등 돌발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공급과잉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D램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시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추격자들과 격차를 더 늘리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 도시바 메모리는 수개월 간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다. 매각 실타래가 ‘꼬였다 풀렸다’를 반복한 탓이다. 이 실타래를 더 엉키게 만드는 게 점유율 3위 웨스턴 디지털(WD)이다.

도시바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를 판게아(Pangea)에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판게아는 한·미·일연합 일원들이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이에 스티브 밀리건 WD 최고경영자는 같은달 27일(현지시간) 이미 제기한 도시바 메모리 매각반대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3위 간 혼란은 1위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줬다. 시장에서 설비투자가 늘지 않으면서 공급부족 덕분에 발생한 가격강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일한 변수도 여기에 있다.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가능성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업체들의 설비투자 증가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며 “설비투자 증가로 2018년 D램 및 낸드플래시 공급부족이 완화되면서 가격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이 연구원이 설명했듯 이런 상황이 와도 투자가치가 더 큰 건 낸드플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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