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녹 부식 항의한 시민단체에 거짓 공문 발송…시민단체 “국내 고객 우롱한 처사”
CR-V와 어코드 등 신차에서 발생한 녹 부식으로 이른바 일본차 ‘녹 사태’를 일으킨 혼다코리아가 국토교통부에 자발적 시정 조치를 보고했다는 거짓 공문을 시민단체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혼다코리아는 국토교통부에 지난 8월 22일 녹 제거 후 방청 작업을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아 보고했다는 설명이지만, 국토교통부는 해당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4일 혼다코리아는 “국토교통부에 자발적 시정 조치를 보고하고 지난 8월 22일부터 무상 수리 및 재발 보증을 실시하고 있다”고 시민단체인 YMCA자동차안전센터에 회신했다. YMCA자동차안전센터가 혼다코리아에 녹 부식이 발생한 CR-V와 어코드 등 판매 중단과 피해 소비자에 대한 교환·환불 조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혼다코리아가 회신공문에 담은 자발적 시정 조치 보고와 무상 수리 및 재발 보증에 대한 국토교통부 질의 결과, 국토교통부는 자발적 시정 조치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정 조치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면서 “녹 부식은 주행 안전, 차량 기능과 관계없다는 혼다코리아 설명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형 세단 어코드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는 각각 올해 1월과 4월에 출시된 모델로 출시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차량 내부에 녹 부식 문제가 발생했다. YMCA자동차안전센터는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피해접수창구를 개설한 지난 8월 7일부터 11월 1일 현재까지 어코드와 CR-V 포함 녹 부식 신고 접수가 900여건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혼다코리아가 거짓 공문에 포함한 자발적 시정 조치인 “녹 제거 후 방청 작업”이라는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난 9월 곧장 할인 판매에 나섰다는 점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판매 딜러사 지원 방식으로 CR-V와 어코드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500만원까지 할인해 판매했다. 덕분에 지난달 혼다코리아는 전월보다 88.9%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는 “녹 부식이 차량 안전운행과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를 일본 혼다 본사 연구소 시험을 통해 확인했다”면서 “지난 9월 할인 판매에 나선 것은 재고 소진을 위한 방편이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서 연말·연초에 새 모델을 내놓는 데 따라 일부에 대한 특별판촉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YMCA자동차안전센터는 혼다코리아로부터 거짓 회신공문을 받은 이후 곧장 혼다코리아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영진 YMCA자동차안전센터 간사는 “혼다코리아가 보낸 거짓 회신공문은 국내 고객들을 우롱한 처사”라며 “녹 부식은 녹가루로 인한 호흡기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는 안전상 중대 결함”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