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게임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최근 느린 업데이트와 부족한 콘텐츠로 인기 떨어져

포켓몬 고 이미지. / 사진=나이언틱
지난해 전 세계를 ‘포켓몬 광풍’ 빠지게 만든 게임이 있다. 바로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다. 지난해 7월 해외에 먼저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는 지난 1월 한국에 정식 출시돼 그 인기를 이어간 바 있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지금, 콘텐츠 부족 등으로 과거만큼의 인기는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켓몬 고는 포켓몬 관련 지적재산권(IP)을 갖고 있는 포켓몬 컴퍼니와 게임 회사 닌텐도, 나이언틱이 손잡고 만든 모바일 증강현실(AR)게임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 (GPS)기능을 이용해 실제 길거리에서 포켓몬을 발견하고 수집하는 방식이다.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비추는 실제 세계에 포켓몬 캐릭터를 합성해 띄워준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포켓몬을 몬스터볼을 이용해 잡을 수 있다.

포켓몬 고는 GPS를 기반으로 지역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포켓몬이 달라져 유저들에게 더욱 높은 현실감을 제공한다. 가령 물 속성 포켓몬은 강, 호수, 바다 등 물가에서만 잡을 수 있으며, 전기 포켓몬은 발전소나 공장 주변에서 나오는 식이다. 아울러 포켓몬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유저가 직접 길거리를 걷거나 뛰면서, 일정 속도(약 시속 30km) 미만으로 일정 거리(2∼10km)를 이동해야 한다. 덕분에 첫 출시 당시, 미국에서는 때아닌 조깅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포켓몬 고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출시 당시 추운 겨울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포켓몬스터를 잡고자,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곤 했다. 평소 포켓몬을 좋아했던 기자 역시 포켓몬 수집을 위해 주말 동안 서울 종로 일대를 휘젓고 다닌 기억이 있다.

포켓몬 고 열풍이 극에 달했던 지난 2월에는 포켓몬 고를 하던 운전자가 행인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동하면서 포켓몬을 수집하는 AR게임 특성상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해, 여러 시에서는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포켓몬 고의 인기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원인은 느린 업데이트 속도와 콘텐츠 부족이었다. 대다수 모바일게임들은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달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반면 포켓몬 고는 수개월에 한번씩 업데이트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울러 몬스터볼을 던젼 포켓몬을 잡는다는 기본 방식이 수개월간 이어져 오면서, 이에 흥미를 잃고 게임을 떠나는 유저들이 속출했다.

이에 나이언틱도 유저들이 그동안 원했던 ‘전설 포켓몬’을 등장시키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과거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기자가 새롭게 추가된 ‘레이드(보스 몬스터를 유저들이 힘을 모아 물리치는 것)’ 시스템을 경험해 보기 위해 서울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함께 몬스터를 물리칠 유저들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국 출시 이후 9개월이 지난 지금, 언론은 물론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조차 포켓몬 고 이야기가 거의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IP 자체는 경쟁력이 있지만, 콘텐츠 부족 문제가 결국 게임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한다. 일부 유저들은 나이언틱의 무성의한 콘텐츠 업데이트에 대해 많은 비난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포켓몬 고는 출시 초기부터 빈약한 콘텐츠 문제로 도마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유저들은 나이언틱이 향후 여러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을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후 수개월이 지나는 동안, 나이언틱은 콘텐츠 부족 문제를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포켓몬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IP 중 하나다. 어찌 보면 포켓몬 고의 성공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도취된 탓일까. 나이언틱은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인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식었지만 여전히 포켓몬 고를 즐기는 유저들은 존재한다. 나이언틱이 많은 노력을 통해, 다시금 포켓몬 고의 인기를 부활시켜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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