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車업체 간 주도권 싸움 치열…“자체 OS 생태계 만들지 못하면 차별화 실패할 수도”
“곧 소프트웨어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 동향 및 미래 대응 전략’ 세미나에 세 번째 연사로 참여했다. 황 대표는 이날 인포테인먼트 통합시스템 기술개발 동향에 대해 발표하며, “소프트웨어 업체 간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황 대표는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바이두 카 라이프 등 세계 유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차량용 운영체제(OS)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동시에 이러한 ICT 업체들의 자동차산업으로의 러시가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ICT 업체에 주도권을 뺏기는 것은 물론, 모든 차량에 획일적인 OS와 브라우저가 탑재돼 차량의 개성과 정체성이 소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기심이 일었다. ICT 업체가 자동차산업을 잠식할 것이란 얘기는 많이 나왔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에 대한 구체적 흐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탓에 황 대표가 운영하는 모바일 브라우저 업체 오비고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강연을 마치고 나가는 황 대표의 손목을 붙잡고 돌려세웠다. 황 대표가 생각하는 자동차산업의 전망을 공유하자고 요청했다.
다음은 황도연 대표와 일문일답.
어떻게 차량용 앱 플랫폼 사업에 발을 들였나.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며 사회 첫 발을 내디뎠다. 정보통신연구소 기술기획팀에서 2000년까지 10년 동안 근무하다 회사를 나와 에릭슨코리아에 들어갔다. 이후 모바일 솔루션 업체 오픈웨이브와를 거쳐 모바일 브라우저 업체 텔레카에 들어갔다. 그러다 2008년 텔레카가 한국지사를 분사하려 했다. 그래서 투자를 받아 역으로 텔레카 본사를 인수했다.
핸드폰 모바일 웹 브라우저 사업을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안다. 현재는 어떤가.
현재는 100% 차량용 앱(app) 개발만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앱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다. 앱을 만들면 앱이 작동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얼마 전 블랙베리QNX와 계약을 체결했다. 블랙베리QNX는 인포테인먼트 OS 업계 1위다. 전 세계 50% 점유율을 갖고 있다. 그 회사 OS에 오비고 플랫폼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국내 업체와는 사업 계획이 있나.
현대자동차와 차세대 플랫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현재 계약된 것은 없지만 현대차도 앞으로 클라우드 연동 등 앱을 구동시킬 환경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인포테인먼트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핸드폰을 예로 들면, 인터페이스(API)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핸드폰 자체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 핸드폰이 어떤 OS를 사용하는지, 또 어떤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는지도 중요해졌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API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표준화를 언제로 예상하나.
2020년쯤으로 예상한다. 현대 세계적 ICT 업체들은 세계 표준을 만들려고 한다. 반면 자동차 업체들은 나만의 표준을 만들려고 한다. 차 회사가 자체적으로 표준 기술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 한 대라도 더 팔려고,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자체 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차별화를 할 수가 없다. 미국 시장에 국산 전기차와 중국산 전기차 경쟁을 벌인다고 가정해보자. 국산 전기차는 가성비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이길 수가 없다. 거기에 같은 OS와 플랫폼을 사용하면 승부는 뻔하다. 앞으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상대방이 못하는 걸 해내야 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적 표준을 만들려고 하는 것을 옳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자동차 회사들은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우리 업계에서 자동차 회사라고 하면 세 부류가 있다. 하나는 폴크스바겐, 토요타처럼 판매량이 많은 회사들. 또 판매량이 200~500만 정도 되는 볼륨이 작은 회사들. 마지막은 소규모 프리미엄 차량들을 만드는 회사다. 판매량이 많은 회사들은 자체 생태계를 만들기 비교적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업체들은 자체 생태계를 꾸리기 부담스럽다. 업체들 마다 고민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완성차 업체가 자체 생태계 만드는 데 혈안인 이유는?
핸드폰을 다시 예로 들면 구글이 앱스토어를 통해 가만히 3조원을 가져간다. 그런데 자동차 시장은 핸드폰 시장보다 훨씬 크다. 앞으로 자동차는 타는 핸드폰이 될 것이다. 지금껏 자동차가 하드웨어 싸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플랫폼 싸움이다. 구글, 애플, 바이두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가져가려고 한다. 하드웨어는 이제 깡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애플이 그랬듯 자체 생태계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핸드폰처럼 된다.
핸드폰처럼 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핸드폰을 처음에는 전화와 문자 용도로만 썼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이 돼 무궁무진한 사업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동차도 차 내부의 데이터가 표준화가 되고, 표준화된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올라가고, 클라우드에 있는 자료들이 서비스로 연결되면 카카오 같은 회사가 자동차 산업의 꼭대기에 서게 되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재 자동차 업체에서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다 ICT 업체에서 왔다. 그들은 이미 구글이 핸드폰 산업 강자로 올라서는 것을 보며 학습한 게 있다. 그래서 자체 생태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