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프라이스’, ‘노브랜드’에 도전장…‘최저 가격’ 대신 ‘최적 가격’ 승부수
국내 유통가에서 이른바 ‘PB(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전쟁’이 한창이다. 특히 유통업계의 양대 축이자, 만연 맞수 관계인 롯데(롯데마트)와 신세계(이마트)가 PB 시장에서 치열한 격돌을 예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6일 롯데마트는 이마트의 대표 PB인 ‘노브랜드’와 한판 승부를 벌이기 위해 ‘온리프라이스’를 런칭했다. 온리프라이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노브랜드와 달리 ‘균일가’라는 가격 전략을 선택했다.
PB상품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가성비’에서 가격부분의 메리트를 과감히 포기하고 공급기간 내내 변하지 않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도다. 온리(Only) 프라이스라는 이름도 균일한 가격을 적용하겠다는 의미에서 차용한 것이다.
◇‘최저 가격’ vs ‘최적 가격’
롯데마트 온리프라이스에 앞서 국내 PB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이마트 노브랜드의 최대 강점은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다. 노브랜드가 그간 실패를 경험했던 PB와 달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이유는 가격도 저렴하면서 맛 역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돌았기 때문이다.
통상 유통업계에서는 아무리 맛이 좋아도 가격이 비상식 수준에서 책정되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마련이라는 평이 많다. 하지만 노브랜드는 가격(같은 상품군의 브랜드 제품보다 최대 67% 저렴)과 품질 모두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는 ‘최저 가격’을 포기했다. 대신 ‘최적 가격’을 선택했다. 상품 가격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이런 가격 정책의 도입 이유를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다음의 예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A사의 해바라기유(900㎖)의 경우, 지난 1년간 50% 할인행사 기간(3개월)에는 3670원, 행사가 종료되면 다시 7350원의 정상가격에 판매됐다. 1년간 고객의 실질 구매가격은 정상가격보다 30% 가량 저렴한 5020원 수준인 셈이다. 결국 정상가격에 구매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게 롯데마트 측의 설명이다.
온리프라이스는 가격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천원 단위의 최적 균일가로 상품을 개발한다. 상품표지에 균일가격을 표시해 어떠한 경우에도 가격이 흔들리지 않도록 했다. 온리프라이스의 이런 가격신뢰도 전략으로, ‘1등급 우유’의 경우 재구매율이 1위 NB(제조업체 브랜드)보다 10.2%포인트 가량 높게 나타났다고 롯데마트는 강조했다.
◇브랜드 순위, 3위와 30위 대결
하지만 업계는 '최저 가격'을 포기한 온리프라이스의 균일가 정책의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일단 시장을 선점한 노브랜드보다 후발주자이면서 브랜드 가치면에서 이마트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롯데마트의 가격정책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같은 제품군에서 노브랜드와 온리프라이스의 가격이 비슷한 수준일 경우, 소비자들은 제품의 신뢰를 반영하는 브랜드가치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브랜드스탁이 최근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 브랜드가치를 보면 이마트는 3위, 롯데마트는 30위다. 유통업체의 브랜드로만 보면 선택의 기로에서 노브랜드로 기울 확률이 크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제품이면서 가격이 동일하면 좀더 눈에 익숙하고 이미지가 좋은 PB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가격과 브랜드 가치면에서 모두 뒤떨어진다면 두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