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훌쩍 넘은 MC사업 적자에 패닉…양대 가전 고수익, 가능성 보인 VC 가 위안

LG전자가 현지시간 9월 4일 독일 베를린 IFA 전시장에서 유럽 주요 거래선 관계자 130여 명을 초청한 'LG 나이트(LG Night)' 행사에서 조성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LG전자

스마트폰 실적 개선이라는 LG전자 최대의 퍼즐 풀기는 이번에도 무산됐다. 가전은 훨훨 날고 스마트폰은 침체에 빠진 실적구조가 되풀이 됐다. MC사업본부(Mobile Communication) 적자규모는 3753억원에 이르렀다. 2000억원 안팎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수치다.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등 새로 내놓은 전략에도 이 같은 결과를 낸 게 특히 뼈아프게 됐다.

이 와중에 TV가 효자노릇을 한 HE(Home Entertainment) 사업본부는 9.9%의 영업이익률로 압도적인 수익성을 나타냈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시장서 선전한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도 8.5%의 영업이익률을 보여줬다. LG전자의 대표적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VC사업본부도 매출액을 늘리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26일 LG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조 2241억 원과 5161억 원이라고 밝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5.1%, 82.2% 늘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은 MC사업본부의 적자규모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3분기 MC사업본부 적자폭이 2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봤었다. 결과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며칠 전까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일회성 비용 탓에 MC사업 적자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그런데 이렇게만 변호하기에는 막상 드러난 손실의 폭이 너무 막대하다.

LG전자는 MC사업 실적과 관련해 “스마트폰 부품 가격 상승, 일회성 로열티 비용 등으로 손실 폭은 전 분기 대비 늘었지만 지속적인 사업구조 개선을 통해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되는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개선 추세’라고 단순히 갈음하기에는 걸리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특히 Q6 출격에도 적자가 더 커졌다는 게 뼈아픈 대목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8월 한국을 시작으로 북미, 중남미, 유럽, 아시아, 중동아프리카 등에 LG Q6와 Q6+를 출시했다. Q6는 LG전자가 내놓을 첫 ‘준(準)​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G6의 디자인과 편의기능을 계승하되, 다소 스펙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보겠다는 복안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Q시리즈가 LG폰의 새 미래가 될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였었다. 정작 Q6 출격도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지 못했다.

마케팅비용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딜레마다. 스마트폰은 LG전자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업 아이템이다. 향후 본격화 할 LG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사업과 시너지를 내려면 프리미엄폰의 존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독일 베를린 시내 마리팀 호텔(Maritim Hotel)에서 열린 LG V30 공개행사에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이 발언하는 모습. / 사진=LG전자

이에 따라 LG전자도 계속 플래그십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보급폰이 아닌 까닭에 출시 후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 와중에 판매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수익성이 악화된다. 도돌이표지만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 플래그십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Q시리즈 역시 보급형이라고만 볼 수 없기 때문에 마케팅에 어느 정도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전체 포트폴리오가 고비용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단말사업부 출범 후 되레 부진이 깊어지는 점도 아쉽다. LG전자는 지난 6월 MC사업본부 조직을 전격 개편하면서 단말사업부를 신설했다. 조준호 사장 직속 조직이다. LG전자 설명에 따르면 단말사업부는 시장 관점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사업 단위의 책임 및 권한을 명확히 부여하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다. 출범 후 맞이한 첫 분기에 막대한 적자를 낸 탓에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이 와중에 가전부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HE사업본부는 3분기에 45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9.9%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 이목을 끈다. 역대 최고의 수익성이다. 올레드 TV, 울트라HD TV 등 프리미엄 TV 판매가 꾸준히 늘어난 덕이다.

TV는 4분기에 더 많은 돈을 벌어다줄 가능성이 높다. 곧 성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4분기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수요가 지속 확대돼 전분기 대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가 효자 노릇을 한 H&A사업본부는 3분기에 424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1% 늘어난 수치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다. 영업이익률은 8.5%에 달했다.

VC(전장)사업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호재다. 3분기 VC사업 매출액은 87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영업손실이 290억원 났지만 아직 초기 투자단계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미국‧유럽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시장 환경도 좋다. 또 VC사업의 경우 카메라 모듈과도 연관돼 있어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과의 시너지를 내기에 용이하다.

결국 4분기 실적 관건은 스마트폰 적자 축소가 될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이에 대해 “V30의 해외 출시를 확대하고, 보급형 스마트폰 매출도 지속 늘릴 계획”이라면서 “플랫폼·모듈러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등 사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V30 판매량에 따라 적자 규모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TV와 가전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의 선전이 이어질 것”이라며 “휴대폰은 V30의 글로벌 확판, 구글향 픽셀2XL양산 효과에 힘입어 적자폭을 줄여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