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달 예정됐던 인가, 해 넘길 가능성…증권업계 "증권업 홀대론 현실화" 분통

초대형IB(투자은행) 인가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증권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가 신청과 함께 조직 개편 등 준비를 마친 5개 증권사(미래대우·NH투자·KB·삼성·한국투자)는 정부가 밝혔던 인가 시기가 기약없이 계속 늦춰지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증권업계 홀대론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초대형IB 인가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올해 6월까지 인가절차와 업무승인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본격적인 업무도 이달 중에는 시작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하지만 이달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던 초대형IB 인가가 일단 내달로 미뤄졌다. 하지만 내달은 커녕 연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로서는 금융당국의 처분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인가가 늦춰지는 이유는 최근 초대형IB의 자산건전성 문제, 은행업 영역 침범 등 증권업계 밖에서의 우려와 문제제기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는 원금을 보장하는 종합투자계좌(IMA)업무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몇 백조원 부동자금이 몰릴 수 있는데 이는 우리사회가 견딜수 있는 한도를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업계 반발도 심하다. 초대형IB 업무가 결국 은행업역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자본금 4조원인 초대형IB의 여신 공여 규모는 8조원까지인데 이것은 은행이다"며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단자사의 전철을 밟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초대형IB 인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인가 신청을 낸 증권사와 새로운 활로를 기대했던 증권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초대형IB 승인을 기다리는 증권사들은 이미 단기어음 업무와 초대형IB 업무의 원활한 개시를 위해 관련 조직 재정비와 인력 확충을 마무리한 상태다. 올 초부터 초대형IB사업에 공을 들인 증권사도 존재한다.

증권업계는 초대형IB에 대한 부정적 기류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3일 열린 '증권회사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 브리핑에서 “일각에서는 초대형IB의 대출 규모가 어마어마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기업금융에 쓰겠다는 자금은 5~6조원에 불과하다”며 "이는 5대 대형은행 기업금융 600조원과 비교해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이 금액으로 은행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증권사와 은행이 다루는 고객이 다르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정부의 ‘증권업 홀대론’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계가 수익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그나마 초대형IB 육성이 돌파구로 나왔지만 타업종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부정적 뉘앙스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증권업계와 자본시장을 키우려는 정부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달 예정됐던 초대형IB 심사 결과가 내달로 미뤄지면서 증권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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