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단지, 당장의 충격파는 안 느껴져…강북은 지역따라 관망세 짙어져 양극화 심화 조짐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내 공인중개업소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 사진=뉴스1

“가계부채대책 발표 영향이요? 언론이랑 현장분위기는 딴판이에요. TV에서 대책 발표중인 어제도 76㎡(구 31평)이 최고가인 13억8000만원에 계약서 썼고요. 오늘은 13억9000만원 준다고 매도·매수자와 구두로 얘기 다 됐는데 주인분이 갑자기 안판다면서 부동산에 안나와 계약이 불발됐어요. 여긴 자기자본 여력 충분한 사람들만 매수하는데잖아요. 수요를 줄이는 대책은 맞지만 이곳 재건축 시세가 꺾이는 등의 영향은 전혀 없습니다.” (대치동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8·2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는 진작에 대출 다 묶였다고 보면 돼요. 때문에 어제 발표로 가격 조정받는 일은 없어요. 보시다시피 매물 좀 잡아달라는 문의전화가 더 빗발칩니다. 지금 76㎡(구 31평) 전세(시세 4억7000만원)끼고 매수하시려면 취등록세 포함 자기자본은 9억원 가량 필요합니다.” (대치동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직후인 25일, 강남 재건축 1번지라는 은마아파트 부동산업계 반응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권 주요 재건축 사업장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 가운데 이곳은 몇 안되는 거래가능 재건축 단지 중 하나다. 거래 희소성을 이유로 8·2 대책 발표 직후에도 꾸준히 실거래가가 높아졌지만, 업계는 10·24 가계부채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이곳 역시 관망세가 짙어지며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양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지 내에 위치한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특히 은마는 오늘 오후 4시에 35층 추진 여부가 결정되고 나면 불확실성 해소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 기대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또다른 강남 재건축의 대표성을 띄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어떨까. 이 일대 공인중개업소들도 지난달 6일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50층의 초고층 재건축 승인을 받아내면서 꾸준한 실거래가 상승을 이뤄온 곳이어서인지 시세하락 등 하루 전 가계부채 대책 발표 영향은 전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발표 직후다보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면서 아직까지 집주인들의 급매 의사 표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76㎡ 기준 이달 초보다는 살짝 빠진 15억7000만원에서 16억1000만원 가량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데, 매수자가 기존 대출이 전혀 없는 경우 시세의 40%인 6억4000만원가량까지 대출 가능하니 자기자본 10억원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J공인중개소 관계자도 “대출규제는 과거에도 있던거고 신DTI 규제도 당장 오늘부터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직 큰 영향 없다”라며 “점심에 밥먹을 시간도 없이 손님상담 하고 있다. 내년 1월 전후로 건축심의가 나면 거래가가 더 뛸 것으로 보이니 지금 사시라”고 권유했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은 대출규제 발표에 아직까진 뚜렷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라는 서울 도심권 직주근접 단지 역시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는다. 서울역, 광화문, 합정 등 도심 접근성이 용이한 곳 중 하나인 공덕역 인근 마포구 공덕동 마포래미안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직후여서인지 큰 변화는 없다. 주인들도 매물을 내놓고 있지 않아 대책발표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 강북권 일부지역에선 8·2 대책에 이어 이번 부채대책까지 이어지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됐고 앞으로 더 경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2단지 뉴타운현대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8·2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한동안 활성화되는 듯하던 거래가 줄고 매수가 부담되는 수요층이 전세로 돌아섰다”며 “이번 대책으로 더 관망세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이처럼 투자 목적의 강남 재건축은 더 거래가 활발하고, 실거주 목적이 강한 강북 구축 아파트 거래는 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양극화 심화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소득이 충분하고 소득 증빙이 쉬운 고소득 계층이나, 대출이 필요치않은 자산가 등에 유리한 시장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반면 대출을 활용해 내집마련을 하려는 이들은 시장진입이 더 어려워졌다.

 

시세 등락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정부 규제로 다주택자의 부담이 커진 만큼 이들이 주택 수를 줄일 때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입지 좋은 동네나 시장성 좋은 상품을 남기고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낮은 집들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은마나 잠실5단지같이 집값이 더 오를거라는 기대감 있는 지역은 강화된 대출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더 빨리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나온 대책만으로는 기존 다주택자나, 추가매수하려는 이들이 현재 매수한다고 해서 영향을 받는 건 없지 않나. 추후 보유세가 강화된다면 일부 처분하긴 하겠지만, 그 역시도 서울 강남권과 같은 중심지가 아닌 그 외 지역부터 처분하려 할 것이다. 때문에 이번 대책을 두고도 양극화 심화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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