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인상 시사 빌미 대출금리 인상경쟁…주담대 5% 돌파, 예대마진 확대로 재미 '짭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올리기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기 예금금리 등 수신 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빌미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을 더욱 벌려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후 앞다투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선을 넘어섰다. KEB하나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 고정)를 지난 20일 3.740∼4.960%에서 23일 3.827∼5.047%로 0.087% 포인트 올렸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경우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최대 금리폭을 넓게 잡은 측면이 있다”며 “실제 고객에게 적용되는 실제 금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일 3.41∼4.61%에서 23일 3.52∼4.72%로 0.11% 포인트 인상됐다. 신한은행도 3.44~4.55%에서 3.49~4.60%로, 우리은행은 3.40~4.40%에서 3.45~4.45%, 농협은행은 3.53~4.67%에서 3.58~4.72%로 각각 0.05% 포인트씩 인상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영향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통화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5년물 금융채 금리가 20일 기준 2.392%로 18일 2.3598%보다 0.0322% 포인트 올랐으며, 19일 2.006%로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를 넘어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일 2.088%로 전날보다 0.082% 포인트 올랐다. 일반적으로 채권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상승한 것과 달리, 은행 정기 예금금리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달간 주요 은행 예금금리와 금통위가 열린 뒤인 20일 기준 예금금리를 비교하면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KB국민은행의 일반정기예금 기본 금리는 1년 이상 2년 미만 기준 1.0%로 지난 1년전과 비교해도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의 정기예금 역시 1년 이상 2년 미만 기준, 1.0%로 1년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는 올리는데 수신 금리를 묶어 두면 은행이 챙기는 예대마진은 더 짭짤해질 수 밖에 없다.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시장금리가 빠르게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은행들은 예금 기본 금리와 관련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지표를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실상 변동폭이 거의 없기에 예금금리 역시 변동폭이 대출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의 경우,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지만, 예금 기본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 등 큰 변화에 의해서만 바뀌게 된다”며 “각종 우대 금리에 따라 조금 변할 수 있지만 기본 금리는 사실상 그대로인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한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1.25%로 떨어지는 동안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은 오히려 평균 1.7% 포인트에서 1.9% 포인트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3%로 유지되던 2012년 7∼9월 예대금리차는 2.0% 포인트였으나, 이후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는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가 1.75%였던 2015년 3∼5월 예대금리차는 1.69% 포인트까지 줄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역사상 최저수준이 1.25%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는 수신금리 하락에 비해 대출금리의 상대적 하락은 적었고,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1.93% 포인트로 확대됐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만 예대마진 확대를 통해 돈을 쉽게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대 시중 은행들은 상반기 예대마진으로 4년 만에 최대 실적인 순이익 6조원을 기록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당시 대출금리를 찔끔 낮춘 것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맞춰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간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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