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의원 “작년 8월 공정위 결정 과정에서 외압”…공정위 재조사 결과 주목

19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가습기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정위의 수뇌부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그동안 공정위의 사건 처리에 의혹을 품었던 피해자단체는 “결국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공정위도 해당 사안을 재조사하면서 과거 ‘면죄부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와 관련된 유통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8월12일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광고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공정위 소위원회를 열고 전원위원회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위원 3명이 참석하는 소위원회과 달리 전원위원회는 공정위원장과 상임·비상임위원 9명이 모두 참여한다. 가습기 사건의 사안이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건은 서둘러 봉합됐다. 전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소위원회 결정 다음날인 8월13일, 주심인 김아무개 위원이 “윗선에서 안된다고 한다. 소위원회에서 심의종결 처리하라는 의견”이라는 것을 다른 비상임위원들에게 전달했다. 

 

결국 소위원회는 다음 합의 날짜를 잡지 않고서 전원회의에 회부하자는 논의만 한 채 종료됐다. 이후에도 전원 합의를 위한 소위원회는 열리지 않은채, 8월19일 위원들 간에 전화 통화로 ‘심의 종결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졌다고 한다. 

 

소위원회에서 사건을 종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경우 다음 회의 날짜를 잡아야 하는 게 일반적인 사건처리 과정이다. 부실한 공정위 심의 절차와 관련해 전 의원은 공정위 수뇌부가 외압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당시 이아무개 비상임위원이 “심의종결에 대한 최종결론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전원회의에서 재논의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다음 날 김아무개 상임위원이 ‘윗선에서 키우면 안된다. 소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야한다’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전달받고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당시 위법성 판단의 핵심은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유해물질인 CMIT·MIT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당시 환경부에 CMIT‧MIT 함유제품에 대한 어떠한 공식 의견 조회도 하지 않았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미 2015년 4월부터 CMIT‧MIT 함유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한 소비자의 피해를 인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만약 공정위가 환경부에 명확한 입장을 받고서 이를 객관적으로 수용했다면, 당시 위원회가 내린 ‘심의 종결’ 결정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게 전 의원의 주장이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를 중심으로 공정위의 당시 결정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전 의원의 공정위 외압 정황 주장에 대해 피해자단체는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한 관계자는 “상황(정권)이 바뀌니까 당시 상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과징금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영업정지하거나 아예 업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은 가습기 제조‧판매업체의 재조사를 공정위에 요구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헌법재판소 심리 및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의 인체위해성에 대한 환경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조사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정위가 애경·SK케미칼·이마트 등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광고 기만 여부를 재조사하고 있고, 관련 증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지난해 8월 공정위 결정이 뒤집힐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정위의 재조사에서 가습기 제조‧판매업체들의 표시광고법 위반이 인정될 경우, 관련업체들은 과징금 처벌과 피해자 측이 제기하는 민사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등 가습기 제조판매 업체의  표시광고법위반여부를 다시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조사기한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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