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장관 발언 놓고 문재인케어 조치 예상·환자단체, 건보재정 누수 부분 지적…복지부 “확정된 내용 없다”
제약협회는 지난 17일 2017년 제2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국민 건강 보장성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나 보장성 확대에 따른 재원 마련을 이유로 제약·바이오산업을 희생양 삼으려는 시도에 대해 거부한다”고 밝혔다.
협회 이사사들은 “미래 핵심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을 고사시키고 글로벌 진출의 흐름을 부정하는 방식의 약가제도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협회 이사사들 결의문 채택은 긴급하게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의문이 나온 직접적 배경은 복지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지난 12일 복지부 국감에서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제네릭(복제약) 인하 등을 통해 10-25%까지 약가인하 여지가 있다”며 “약품비 지출에서 5년간 최소 5조 5000억원에서 최대 13조 8000억원 가량 재정절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능후 복지부 장관의 답변 내용은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당시 박 장관은 “문재인 케어 추진에 건보재정 절감을 병행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부분만 짚어주셨다”며 “이번에 제시된 대안들을 적극 검토, 수용하겠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권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의약품 분야 지출 누적증가율이 급증하고 고가약 처방이 확대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건보재정 절감 필요성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제약협회는 이같은 국감 질의와 발언 외에도 새 정부 출범 후 보건의료계에 불고 있는 전반적 분위기에 우려감을 보인 것이 이번 결의문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협회가 거론하는 전반적 분위기는 문재인케어로 분석된다. 문재인케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추진을 공언해온 건강보험보장 강화정책이다. 의료비 지급을 건강보험으로 대부분 지원, 국민들이 지급하는 실의료비가 대폭 인하되는 의료정책을 지칭한다. 쉽게 말하면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려면 건보재정이 튼실해야 하는데 약가인하를 단행해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배경으로 결의문을 발표한 제약업계는 약가인하에 우려감을 보이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작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약가인하에 대해) 확정된 내용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의약품을 실제 소비하는 환자들은 아직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의약품 약가가 인하되면 바로 수혜를 입게 되는 대상이지만 이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을 감안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내부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사안이어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칫 확정은커녕 본격 공개 논의도 시작되지 않은 사안을 언급해 제약사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일부 엿보인다. 하지만 국감에서 복지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후속조치는 반드시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속조치로는 일단 제네릭(복제약) 품목 약가인하 가능성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신약이나 개량신약은 현실적으로 약가인하의 직접적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 그동안 국내신약 우대를 진행해온 박근혜 정부 정책을 축소하는 방향을 내다보고 있다. 국내신약 우대는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정책 취지와 달리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에도 일부 적용됐다는 불만도 숨기지 않았다.
결국 제약업계보다는 환자들을 포함한 국민 전체 의료비 지급에 비중을 둔 문재인케어 정책 취지에도 일부 중복되는 입장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환자단체는 이같은 관측을 부인하고 문재인케어의 제원확보를 위한 약가인하에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현재 건보재정 문제점을 파악해 누수되는 부분을 찾아 개선하겠다는 환자단체 구상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일부 의약품은 약가를 내려야 한다는 당위성 차원이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건보재정의 누수 부분은 조만간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약가인하는 복지부가 근거를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