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업체 자격 취득…중개은행 확보 등 업무실행까지 '첩첩산중'

외화송금 규제가 풀린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서비스를 개시한 핀테크 업체는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 = 셔터스톡


 

핀테크 업체에 외화송금 서비스가 허용된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는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호 사업자 자리를 둘러싼 물밑 경쟁이 이뤄지고 있을 뿐 실제 서비스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환거래법 준수 등 이미 예상됐던 문제에 중개은행 물색, 보안시스템 구축 등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문에서 발이 묶였다.

 

업계 전문가는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실제 서비스 시행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들이 지속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화송금이 대표적 사례란 설명이다.

 

8개사 자격 취득했지만 준비에 상당 시간 소요

 

핀테크협회에 따르면 19일 현재 외화송금 자격을 취득한 핀테크 업체는 총 8개사에 달한다. 지난 3개월 동안 늘어난 수치다. 당초 핀테크협회에 외화송금업 의사를 밝힌 업체는 20여군데에 달한다. 자격 취득 업체가 당초 기대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비스 개시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고 있다. 허용 첫 달인 7월을 준비 기간으로 삼아 8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핀테크 외화 송금은 감감 무소식이다. 빨라야 이달 말쯤 서비스 업체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지연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규제와 관련한 서비스 준비가 출발점이다. 하지만 외화송금업 개시에 적용되는 법은 외환거래법 하나만이 아니다. 법 하나가 풀렸다고 당장 서비스를 시작할 수는 없다. 자금세탁방지 등 세부적인 규제가 곳곳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규제 하나하나에 일일이 대응하다보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당초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것이 고객알기(KYC, Know Your Customer)’. KYC는 송금하려는 자금에 불법성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고객 관련 기록이 필요하다. 통상 KYC를 위해 은행 펌뱅킹을 이용한다.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펌뱅킹을 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KYC는 최근 해결됐다. 금융결제원이 15개 은행과 오픈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하면서다. 펌뱅킹을 이용하지 않고도 오픈플랫폼을 통해 실명확인 절차와 관련 은행 정보를 핀테크 업체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플랫폼 구축 완료 시점이 내년 초로 돼 있어 이 시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중개은행 찾기 어려워국내 중소기업 역차별 지적도

 

문제는 또 있다. 핀테크 업체가 선호하는 외화송금 방식인 풀링이나 프리펀딩에는 중개은행이 필요한데 협력 은행을 찾는 문제가 새로 부각됐다.

 

풀링은 여러 개의 송금 건을 묶어 송금하는 방식이고 프리펀딩은 미리 일정액의 외화를 보내놓고 송금이 이뤄질 때 해당액을 수신인에게 보내는 방식이다. 두가지 방식 모두 송금 횟수를 줄여 수수료를 낮출 수 있지만 건수가 많아지다 보니 불법 거래의 리스크도 높아진다.

 

여러 건 거래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은행이 책임을 지는 방식이라 선뜻 나서는 은행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가령 자금이 북한으로라도 흘러들어가면 책임이 커진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인데 머니그램이나 웨스턴유니언 등 해외 업체와는 이미 제휴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리스크관리가 이유이지만 은행들이 경쟁관계가 될 수 있는 핀테크 업체를 돕는데 선뜻 나서지 않는 것으로 핀테크 업계는 보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이 공동 대응해 은행들과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업체간 이견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프리펀딩 등의 이슈에 공동 대응하자는 얘기도 나왔었다그러나 핀테크 업체끼리도 경쟁관계이기도 해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제휴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나름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어렵게 중개은행을 찾아도 은행이 원하는 보안시스템을 작성하는 과정이 기다린다. 금융보안원 등이 보안성 심사 진행한다. 이 과정만 2~3주 소요된다. 재심사까지 거치면 한달 이상 걸린다.

 

한국은행 외환전산망 접속시스템 구축 비용도 문제다. 외화를 송금하려면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접속해야 하는데 접속시스템을 만드는데 수 억원이 들기 때문이다.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스콤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신생업체가 대다수인 핀테크 업체는 이 비용마저도 부담이다.

 

핀테크 업계는 외환전산망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해 현재 핀테크산업협회가 지난달 말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20여개 업체가 각 600만원씩 자금을 모아 시스템 구축 비용을 마련했다. 다음달 개통 예정이다.

 

핀테크 외화송금업체 관계자는 외전망 이슈에 대해서는 의견이 잘 맞았지만 다른 부분은 이견이 분분하다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업종간, 업체간에도 서로 민감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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