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 ‘당혹’…불리한 증언 이어질 수 있어, 피해자 입장 견지할 경우는 반사이익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 사진=뉴스1

뇌물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대한민국 사법부를 전면 부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 수수자가 변론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홀로 뇌물죄 재판을 받는 형국이 됐다.

지난 13일 증거인멸 등 우려로 구속기간이 연장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침내 벼랑 끝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연장 이후 열린 공판에서 “이제 여론 등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해당 자리를 통해 박근혜 변호인단이 전원 사퇴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법조계에선 우선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재판결과에 결코 유리한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판사출신 오지원 변호사는 “재판부의 권위를 본인보다 낮게 보고 있고 사법체계를 부정하며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것으로 해석돼 재판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 측이 이 같은 전략을 취한 까닭은 법적 실리보단 정치적 실리를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법리적으로 불리해 지더라도 끝까지 피해자로서의 위치를 유지해 정치적으로 명분을 찾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일반 수용자들의 방 4배 넓이의 방에서 지내고 있음에도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MH그룹이라는 국제 법무팀을 통해 입장을 밝혀 법무부를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지내고 있는 방은 과거 재벌 총수가 지냈던 방과 비교해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내고 있는 방은 아무 구치소에서나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훌륭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실리를 챙기는 사이 이재용 부회장 측은 갑작스럽게 홀로 뇌물죄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 보이콧 선언 후 삼성 측도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재판 보이콧에 대해 삼성 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법적 결백을 밝혀내는데 총력을 다 해 온 이재용 부회장 측으로선 그리 유리한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함께 법정에서 싸워주지 않게 됨으로서 뇌물죄 혐의를 놓고 특검과 1대 1로 상대하는 형국이 됐고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낀 증인들로부터 불리한 증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계속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오히려 좋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며 “모든 멍에와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갈 것이고 공직자, 기업인에겐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13부 심리로 19일 열린 공판에서 특검과 이재용 부회장 측은 정유라 씨 말 지원과 관련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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