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한 미 ITC 공청회, 전망 어두워…‘프리미엄’ 비중 커, 가격 상승 영향은 분석 엇갈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왼쪽)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열린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관련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전통의 가전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배를 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공청회가 열리지만 발동 가능성은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발동 이후의 상황도 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망은 확연히 엇갈린다. 두 회사가 미국시장서 공히 펼쳐온 프리미엄 전략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관세가 올라 판매가가 상승해도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져 가격저항감이 덜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되레 이 때문에 가격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사무소에서 ITC 공청회가 열린다.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발동 필요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우리 측에서는 산업부 통상협력심의관, 외교부 양자경제외교심의관과 삼성전자·LG전자 통상 담당 임원 등이 모두 참석한다.

정부와 양대 가전 기업 모두 설득 총력전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상대도 총력전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공청회를 앞두고 삼성, LG 세탁기에 대해 완제품은 물론 부품에 대해서도 3년간 50%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의견서까지 제출했다.

일단 미국 업계를 살리려다 되레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는 크게 먹혀들지 않을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초점을 맞추는 건 미국 국내 기업과 일자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나마 반전의 묘수로 쓸 만한 카드는 삼성, LG가 각각 건설 중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 현지 공장이다. 두 회사가 양 지역에 공장설립으로 투자하는 금액만 해도 6억 달러가 넘는다. 고용규모 역시 두 지역을 합쳐 최소 1500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와 정부가 경제효과와 일자리 창출이 급한 주정부 인사들을 내세우려는 복안 역시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다만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1회 국가생산성대회’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테네시주에 설립하는 가전공장 설립은 (세이프가드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청회에서는 공장설립 카드가 최후의 ‘패’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발동을 검토하고 있는 8일 경기도 하남시의 한 대형마트에 세탁기가 전시돼있다. / 사진=뉴스1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세이프가드 최종 발동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을 때의 전망은 확연히 엇갈린다. 삼성과 LG는 미국 시장서 공히 프리미엄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두 업체의 세탁기가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성능 좋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 계열사인 상품추천 사이트 ‘더 스위트홈’은 LG전자의 WM3770HWA 모델을 최우수 상품(Our Pick)으로 꼽았다. 소비자 전문매체 ‘디지털 트렌드’도 일렉트로룩수 제품에 이어 삼성전자 플렉스워시를 ‘최고 다기능 제품(Best Overall Versatility)’로 선정했다.

조성진 부회장도 18일 “판매 데이터를 보면 (저가형이 아닌) 미드(중간급)이상만 팔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많이 어필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사 제품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설사 가격이 오르더라도 큰 타격이 없으리라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경우) 고가 제품은 LG전자, 중저가 제품은 북미 3대 가전 유통업체인 시어즈의 자체 브랜드(PB)인 켄모어(Kenmore)에 제조자 개발생산(ODM)으로 공급하는 투 브랜드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드럼 세탁기의 경우 관세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와 충성도가 크다는 점에서 가격저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전혀 다른 시각도 있다. 중고가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체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LG전자는 세탁기를 중심으로 미국 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과정이고 프리미엄 세탁기 비중이 높아 세이프 가드 실시가 결정되면 향후 매출, 이익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ITC는 공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달 21일 구제조치 방법과 수준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다. 12월 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해 판정과 구제조치 권고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최종적인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는 내년 초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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