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공석 4개월째…백지신탁제도 개선 방법도 모색해야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최근 중소기업계 가장 큰 이슈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이다. 박성진 전 후보자가 사퇴한 후, 청와대는 중기부 장관 물색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수장 부재도 벌써 4개월 째다. 

 

지난 18일 정부 산하 일자리위원회는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최수규 중기부 차관은 이날 회의에 직접 참여했다. 정책 발표 장소 또한 의미있다. 헤이그라운드는 소셜벤처기업을 지원‧육성하는 기관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진력을 더 키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길어지고 있는 장관 부재는 중기‧벤처 성장에 큰 걸림돌으로 적용될 것임이 확실하다.

일각에서는 백지신탁제도까지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수 창업가 출신 전문가들이 백지신탁제도 탓에 중기부 장관 자리를 고사했다. 백지신탁제도는 2005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고위 공직자가 재임기간 동안 3000만원 이상 주식을 수탁기관에 위탁하거나 매각해야 하는 제도다. 지난 2013년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도 중소기업청장에 임명됐지만 주식 백지신탁문제 때문에 결국 사퇴한 바 있다.

 

백지신탁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고위 공직자의 투명한 운영활동을 위해서다. 하지만 현장 경험 있는 기업인들이 백지신탁제도 하나 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기부가 장관급으로 승격한 후 제대로 된 정책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한 서울권 경영학과 교수는 “주식 백지신탁제도는 수차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창업가나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이 제도 탓에 관련 공직 활동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재임 기간 동안 주식 신탁을 해둔 뒤 그 기간 동안 발행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 등 다양한 개선제도를 찾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임명될 장관 후보자도 정치권 송곳 검증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날카로운 비난이 오갔던 박 전 후보자 청문회를 예상하면, 다음 후보자에게도 까다로운 검증이 적용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최근엔 정치권 인사들이 중기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다. 창업가 출신 후보자를 바랐던 업계에서도, 이제 차라리 힘 있는 사람이 오는게 낫겠다는 토로가 나온다.

기자가 만난 스타트업 지원기관 연구원은 “정치권은 중기벤처 업계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청와대 부실검증 탓만 하고 있다. 청와대도 문제되는 제도를 개편하는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며 “물론 장관 인선과 검증은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일단 장관을 자리에 앉혀놓고 실질적인 업무 진행을 살펴봐야 한다. 창업 성장을 위한 유연한 태도도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젠 ‘유연한 시선’이 필요하다. 아무나 장관으로 임명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치권과 업계를 만족시킬만한 후보자를 찾기 쉽지 않다. 창업 생태계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이 업계자체를 유연하게 바라봐야 할 때다. 중소‧벤처기업은 모두 새 수장을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