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대란 처리 질타에 류 처장 "반성한다"는 말만…구체적인 대책 내놨어야

국회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기자의 주 관심은 지난 17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국정감사에 있었다. 8월 한 달을 절절 끓게 한 살충제 계란,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등이 모두 이 식약처 국감에서 다뤄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대가 됐다. 과연 어떤 질문에 어떤 답변이 나올까. ‘면피를 위한 뻔한 대답, 그에 대한 실망’이 최종 관람평이다. 
 

게임 경기는 아니지만 항상 공수(攻守)가 나뉘는 국감장. 범국민적 관심을 받은 사안인 만큼 공(攻) 측이 몰아가는 분위기는 싸늘했다. 비난은 류영진 식약처장에게로 쏟아졌다. 의원들은 “살충제 계란과 생리대 모두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각하다. 류 처장의 직원과 조직 장악력이 거의 상실된 상황”이라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번엔 수(守). 수비하는 측은 ‘진땀을 흘렸다’고 전해지는데 그렇다면 답변에도 진땀과 비기는 진중한 고민이 담겼는지 본다. 의원들이 잇따른 비판에 류 처장은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답을 더 자세히 뜯어본다. 류 처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결국은 ‘식약처 전 직원들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식약처 답변에서 나온 ‘반성, 신뢰, 소통, 소홀, 구축’이라는 단어들이 무성히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모두 뾰족한 곳 없이 닳고 무딘 단어들이다. 

 

감사위원인 천정배 의원(국민의당)은 류 처장을 향해 “살충제 계란 사건이 더 크게 언론을 통해 확대된 것은 식약처장의 대국민 소통 능력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질타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묻자, 돌아온 류 처장의 답변은 “국민 소통 문제에 있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반성하고 위기 대응을 위한 방안도 새롭게 구축하겠다”였다.

반성은 대책이 아니다. 대책은 구체적인 행동이어야 한다. 홍수에 쓸린 수재민을 도울 대책은 “반성하겠다”는 맥 빠진 위선이 아닌 “얼마를 들여 얼마간 어떠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동작이다.
 

살충제 계란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의 달걀 10개 중 8개가 국민 식탁에 올랐다. 생리대에서는 외우기도 어려운 긴 이름의 난해한 유해물질들이 검출됐다. 고작 기관장의 “반성하고 있다”는 말들로 국민들의 ‘먹고 살기’에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국감장에 공격 측과 수비 측은 사실 가당치 않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질타하는 쪽과 이를 설명하고 대책을 구현하는 쪽, 오직 이 양측만이 필요할 뿐이다. 8월 유해물질 대란 때부터 기다려온 식약처 국감은 발라 먹을 살이 없어 주린 채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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