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규제·최고금리인하 등 경영환경 나빠져…기업대출확대·할부금융·환전서비스 등 활로 모색 분주

서울 중구의 한 저축은행에서 고객이 대출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저축은행들이 새 먹거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을 늘리고 할부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활로 찾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고금리 대출 이용자의 부담 경감을 위해 대부업법 및 이자 제한법의 최고금리를 내년 1월중 연 27.9%에서 연 24%로 3.9%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고금리 인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신용대출의 비중은 전체 대출액의 약 30%로 높은 편이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분석한 올 1분기 ‘저축은행 금융통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이 취급한 전체 대출액 45조6247억원 중 신용대출액은 30% 정도인 13조5195조였다.

특히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신용대출의 절반 이상은 내년도 최고금리인 24%를 초과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에 공시된 지난 7월 개인신용대출 금리현황 및 금리대별 취급비중 자료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10곳에서 취급한 신용대출중 금리 24%가 넘는 비중은 평균 60.6%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여러 규제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을 상반기 5.1%, 하반기 5.4%로 제한한 바 있다. 아울러 고위험대출에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 비율을 기존 20%에서 50%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은 개인대출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액은 지난 7월 기준 26조21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조7079억원)보다 20.8%(4조5089억원) 증가했다. 2년 전(18조5478억원)과 비교하면 41.3% 급증한 수치다.

반면 가계대출은 올 들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액은 지난 7월 기준 20조1864억원으로 올 1월(18조7456억원)대비 7.6% 증가한 데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1~7월 가계대출 증감률은 18% 였다. 총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 1분기 42.44%에서 2분기 41.9%로 하락했다.

최근 저축은행들은 사업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할부금융시장이다. 할부금융은 제품을 일시금으로 구입하기에 가격 부담이 클 때 금융회사가 제품을 대신 구입해 주고 소비자는 제품대금을 금융회사에 매월 분납하는 방식의 금융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신용카드로 구입할 때보다 장기간 분납이 가능하고 이자를 적게 낸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할부금융시장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금융상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개정돼 저축은행도 할부금융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저축은행들이 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JT저축은행은 의료기기, 셀프세차기, 음식물처리기, 소방설비공사, 발전기, 현미발아기, 보일러 등 다양한 품목의 할부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배달용 오토바이 할부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휴대전화에 QR코드만 갖다 대면 웰컴저축은행 앱에 자동으로 해당 오토바이에 대한 정보가 입력돼 할부금융을 진행한다. 소비자는 복잡한 서류절차 없이 그 자리에서 오토바이를 구매할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또 지난 7월부터 업계 최초로 환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환전서비스 도입을 위해 직원 100여명 이상이 관련 자격 취득 및 교육을 이수토록 했다. 또 환전서비스에 앞서 인터넷뱅킹과 웰컴스마트앱을 통해 환율변동내역 조회 등 환전 관련 기능을 추가해 환전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업계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는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속에서, 금리인하 영향이 큰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고 다른 사업의 비중을 늘려 수익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 인하 예고에 이어 최근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는 등 수익 악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현재 사업다각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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