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대기업 오너일가 경찰 수사 급물살…10대 그룹 중 절반 해당업체 고객, 두 곳은 회장 자택 공사도 시행

지난달 20일 자택공사에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모습. / 사진=뉴스1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에 따라 비슷한 혐의를 받는 다른 대기업 총수 일가들에 대한 경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6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서울 종로구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며 발생한 30억 원을 인천 영종도 호텔 공사비에 포함시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해당 공사를 진행한 인테리어 업체 A사 조사 과정에서 우연히 혐의점이 발견돼 수사가 진행되면서 불거지게 됐다. 정치권 및 재계 인사들에 따르면 A사는 대기업들 관련 인테리어를 사실상 도맡다시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건희 회장 역시 2008년부터 7년 동안 삼성 계열사 돈 100억 원을 빼돌려 자택 내부 공사에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해당 공사를 맡은 곳도 A사다.

A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A사와 함께 많이 일을 진행한 바가 있어 수사 시작 후 내부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지 자체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만큼 해당 수사가 대기업들에게 압박감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선 수많은 재벌가들을 뒤로 하고 경찰이 조양호 회장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확실한 이유는 그만큼 수사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정기관 및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조양호 회장에 대해선 사실상 혐의를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자료 및 증거 등이 있었고 이 때문에 1호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찰은 조양호 회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다른 재벌가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자가 A사가 진행한 주요 인테리어 공사 리스트를 직접 확인해 본 결과, 10대 그룹 중 절반인 5개 그룹사가 해당 인테리어 업체와 함께 공사를 진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선 회사 공사 기간에 회장 자택 관련 공사를 진행한 곳도 2곳이나 있었다. 이미 진행 중인 삼성가와 더불어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시작일 뿐”이라며 “대한민국 재벌가 중 A사와 엮이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경찰의 재벌가 인테리어 수사는 갈수록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과 수사권 조정 문제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재벌 수사력을 증명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높아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특수수사과의 수사는 민정수석실과 수사 사항을 직접 공유한다”며 “요즘 들어 특히 힘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토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찰수사 결과는 예측했지만 구속영장까지 신청한 것은 상당히 의외”라며 “경찰이 얼마나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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