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이상훈도 후보 거론…김기남·진교영 등 세대교체에도 무게

삼성전자 윤부근 대표이사가 지난 9월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삼성 837에서 열린 AI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기간 동안 그룹을 이끌어 온 권오현 부회장의 용퇴로 삼성전자는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사장단 인사 조기단행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우선 권 부회장의 빈 자리는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당분간 윤 사장이 삼성전자의 간판 역할은 물론, 권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담당하던 총수 대행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전면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젊은 피인 50대 엔지니어들이 경영 일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3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단 뜻을 밝히며 “급격히 변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 할 때”라며 사직의 변을 밝혔다. 

 

그는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직을 임기가 마무리 하는 것을 끝으로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다. 권 부회장의 용퇴는 특히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서 나온 터라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의지가 되는 분이 갑자기 용퇴 의사를 밝혀 깜짝 놀랐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 부재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이 폐지된 삼성전자의 사실상 어른 역할을 하며 그룹을 이끌어왔다.

조직에 급작스레 변화가 생기게 됨에 따라 사장단 인사가 앞당겨져 이뤄질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특히 그가 맡던 CEO직을 누가 맡느냐에 대해 업계에선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시기는 11월 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 인사와 조직 개편에 대해 논의를 마친 뒤, 다음달 초 인사를 전격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 부회장의 후임으로 일단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윤부근 CE 부문장(사장)이다. 윤 사장은 등기이사이면서 권오현 부회장 다음가는 연장자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윤 사장이 사령탑을 맡게 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CEO(최고경영자)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출신이 주로 맡아 왔다는 점도 그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당분간 윤 사장이 뒤를 이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 글로벌 AI 포럼’을 개최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을 맡고 있는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사장)도 권오현 부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인사로 거론하고 있다. 조직 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알려진 그는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을 거쳐 그룹 사정에 밝은 데다,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까지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권 부회장의 뒤를 이을 인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훈 사장이 권오현 부회장의 뒤를 잇게 된다면 윤부근 사장이 발탁되는 것보다는 다소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는 인물이 사령탑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다 이상훈 사장은 현재 미등기임원 상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과거 이학수 부회장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 삼성은 재무통이 CEO를 맡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특히 시기적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가까운 인물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담이 작용한다는 점, 엔지니어 출신이 사령탑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훈 사장보단 윤부근 사장이 권오현 부회장의 후임을 맡을 가능성이 다소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부근 사장의 경우 1953년생으로 권오현 부회장보다(1952년생)보다 불과 한 살 어리다. 권오현 부회장의 퇴진이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대내외적으로 경영혁신의 메세지를 드러내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잎서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사태 이후 이듬해 단행됐던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 당시 나이 기준은 ‘만 60세​였다. 만60세 이상은 모조리 2선으로 물러나게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반도체 전문가가 경영 일선에 부상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의 수장 발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3분기 전체 영업이익(14조 5000억원) 가운데 반도체에서만 10조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D램 및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험을 쌓아온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1962년생)도 깜짝 발탁 후보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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