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웅철 부회장 “음성 인식 독자 시스템 구축할 것”…보행자 인식 기술 내년으로 미뤄

전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연합체 구성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독자 행보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부품 업체는 물론 반도체 제조업체와 연합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특히 독자개발 추진을 밝힌 폴크스바겐과 토요타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제휴에 나서고 있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시장은 이미 BMW와 인텔 연합, 메르세데스-벤츠와 엔비디아 연합으로 각각 양분됐다. BMW와 인텔 연합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모빌아이, 델파이, 컨티넨탈이 참여해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연합체 구성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고 개발 위험을 낮추는 방편으로 활용된다.

특히 엔비디아는 전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대부분과 제휴를 맺은 상태다. 엔비디아는 벤츠, 도요타, 아우디, 포드, 볼보, 테슬라, 보쉬, 오토리브 등과 제휴를 맺고 완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컴퓨팅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역시 엔비디아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내장형 운영체제를 내년부터 딥러닝에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제휴로 나아가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주행 안전 확보를 위한 자율주행차 개발 목표를 정하고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30년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이에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반 자율주행차를 내놓기도 했지만, 기술 제휴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자율주행 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 정보통신(ICT) 업체 기술 활용에 나서면서도 제휴와 같은 연합 형성 단계로 확대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카카오와 손잡고 카카오 클라우드를 활용한 음성인식 기반 지도 검색 기능을 제네시스 G70에 적용했음에도 향후에도 카카오와 제휴가 아닌 독자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웅철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나와 “음성인식 기술과 관련해 제휴 업체를 정하지 않고 서버형 음석인식 기술을 자체 개발해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음성인식 서버 구축, 사용자 행동 패턴을 분석해 판단하는 체계 구축 등 기술 전반을 직접 담당하겠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방점을 안전에 찍고 있는 만큼 자동차 제조 기술을 ICT 업체가 주도하도록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으로 평가한다. 자율주행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 연구원은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상황 판단과 차량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등 ICT 업체의 소프트웨어 기술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경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카메라, 레이더 등 센서 기술에 더해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방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해 얼마나 큰 비용이 들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차 시장 형성 이전에 단일 회사가 기술 전반을 다루기에는 투자 위험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인텔과 엔비디아로 나뉜 진형에서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자율주행차 기술 독자 개발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는 최근 판매 둔화 상황 등으로 기술 개발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보행자 인식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내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볼보와 폴크스바겐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비용 절감을 이끌기 위해 엔비디아와 제휴한 것과 대조된다.

한편 현대차가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CEO)와 기술 협력 방안을 타진키로 하면서 BMW와 인텔 진영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샤슈아 CEO는 모빌아이 연구개발(R&D) 책임자와 함께 17일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에서 현대차 경영진과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모빌아이는 인텔이 지난 8월 약 17조원에 사들인 라이다 센서 생산 전문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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