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출시에 4분기 부품사업 영업익 급증전망…차기 DS부문장 ‘탈애플’은 숙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수요사장단 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스1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적으로 퇴진을 선언한지 3일이 지났다.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권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총수 대행역할도 해온 터라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특히 권 부회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부품사업 부문장을 맡아왔다.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수장은 한 시도 비워놓을 수 없는 자리란 뜻이다. 다른 부문보다도 가장 먼저 인선이 급한 상황이다. 

 

포스트 권오현이 누가 되느냐에 못지 않게 DS 부문 실적이 4분기에도 고공비행을 이어갈 수 있는 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새 수장이 받아들 첫 성적표는 라이벌 애플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폰X 출시에 맞춰 영업이익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치임에도 시장 기대치에 다소 미치지 못한 까닭을 여기서 찾고 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차기 부문장이 받아들 주요 숙제 중 하나도 ‘탈애플’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차기 DS 부문장은 늦어도 11월 중에는 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그간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DS 부문장, 그리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겸직해왔다. 권 부회장은 이중 이사회 의장직을 2018년 3월까지 수행한다고 밝혔다. 일단 급한 자리는 DS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인 셈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현재 삼성전자를 먹여 살리는 분야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4조 5000억원이다. 전세계 비금융업체 중 영업이익 기준 1위 기록이다. 아직 부문별 실적치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시장 전망을 종합하면 반도체부문이 영업이익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를 합하면 부품사업의 비중만 최소 75%에서 최대 78% 이상이라는 뜻이 된다. 이 때문에 DS부문장 교체는 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의 관심거리다. 현재 차기 DS부문장 후보로는 반도체총괄인 김기남 사장, 의료기기사업부장 전동수 사장, 반도체총괄 메모리사업부장인 진교영 부사장 등이 꼽힌다.

누가 후임자가 됐건 첫 성적표가 애플에 달렸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아이폰X 출시에 맞춰 부품사업 실적이 크게 영향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치임에도 시장기대치를 밑돈 까닭 역시 아이폰X 출시지연과 무관치 않다. 기대를 모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2분기보다 50% 가까이 영업이익이 증발해버린 탓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덕에 포스트 권오현의 주인공은 첫 성적표를 ‘특급’으로 받아들 전망이다. 3분기 실적이 4분기로 넘어가면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만 2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실적은 지난 2분기에 기록한 1조 7100억원이었다. 여기에 반도체 시장도 여전히 활황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발표된 13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7조 3000억원으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메모리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애플 아이폰X용 OLED 패널 출하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DS부문장에게 애플은 호재이자 숙제기도 하다. 삼성전자에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지만, 반도체 시장에서 최대 고객이다. 여기에 아이폰이 OLED대열에 합류하면서 디스플레이에서도 주요 고객이 됐다. 3분기 디스플레이 성적표가 잘 보여주듯 분기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애플이 ‘탈삼성’ 조짐을 보일 수밖에 없는 시장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KGI 애널리스트 밍치궈는 지난달 7일 애플 인사이트에 쓴 보고서에서 “OLED 아이폰 패널 공급은 애플이 아니라, 삼성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면서 “왜 삼성이 더 높은 협상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패널 하나 가격이 120~130달러(5.5인치 아이폰 LCD 모듈 가격은 45~55달러)에 달하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서 애플이 대안으로 눈여겨보는 기업이 LG디스플레이다.

애플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위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후발주자로 합류한 까닭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함이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낸드플래시 업계 절대강자다.

다만 반도체 시장에 밝은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낸드플래시 최대 고객은 더 이상 애플이 아니다”면서 “도리어 삼성전자는 스토리지 분야를 더 강화하려 하고 있다. 과거만큼 애플이 낸드플래시 고객으로서 절대적 파워를 가진 게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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