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평형 일반 아파트보다 수억원 높은 웃돈…사생활 침해·높은 냉난방비 등 한계도 뚜렷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입주 2년차 신축아파트에 사는 주부 A씨는 도심 내 테라스하우스를 알아보고 있다. 15개월 된 아이와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인근 홍제동과 연희동 단독주택 등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노후한 주택상태에 관리 엄두가 나질 않아 대안으로 테라스하우스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A씨는 “교외로 나가고 싶기도 하지만 직장이 강남역인 남편의 출퇴근을 감안하면 도심 접근성이 용이한 신축아파트 단지 내 테라스하우스가 적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테라스하우스 인기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단독주택은 대부분 대형평형 위주이고 아파트보다 입지가 불리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또 거래가 많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비선호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면서도 전원이 있는 삶에 대한 도심 거주자들의 열망은 지속됐다. 테라스하우스는 이런 배경 속에서 근래 2~3년 전 분양하던 단지들을 시작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단독주택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나온 주거 상품인만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 처음 등장할때만 해도 반신반의 하던 소비자들도 청약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수도권이나 지방광역시 등 대도시 중심으로 이같은 인기는 두드러진다. 직장 접근성이 좋은데 단독주택에 살고싶은 로망까지 충족할 수 있어서다. 지난 8월 광주에서 분양한 '광주 첨단 금호어울림 더 테라스'는 334명 모집에 2만9341명이 몰려 평균 87.8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분양한 경기 평택시 '평택 비전 지웰 테라스'도 평균 13.6대1의 경쟁률로 조기 마감했다.

내년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강남권 최초의 빌라형 테라스하우스가 공급되는 단지다. 총 일반분양분 69가구 가운데 8세대가 앞마당이 있는 테라스하우스였는데 계약 5일 만에 완판됐다. 분양한 지 1년여 된 현재 웃돈이 자그만치 5억원이 붙었다. 공급면적 167㎡(구 50평형) 테라스하우스의 경우 28억7000만원으로, 이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더 큰 평형인 176㎡(구 53평형) 23억4800만원과 견주어봐도 몸값이 훨씬 높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 하임’(흑석뉴타운 7구역) 역시 테라스하우스가 공급된 사업장이지만 아예 매물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일반분양분 405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84㎡(구 34평형)에서만 테라스하우스가 45가구가 나왔지만, 매수 대기자만도 십수명이다보니 부르는게 값이라고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한다. 신축아파트 단지 내 테라스 하우스가 있는 ‘서울역센트럴자이’, ‘옥수 파크힐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단지 내 동일평형 일반 아파트 가격과 테라스하우스 가격을 견주어보면 최소 2~3억 이상 가격이 높다.

이처럼 정원이 있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 테라스하우스 몸값이 높아지고 있지만, 높은 가격외에도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무엇보다 사생활침해 우려와 높은 난방비 등의 이유에서다. 동일단지 내 고층 베란다에서 보면 테라스하우스 마당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단독주택 형태인만큼 웃풍이 있어 동일 단지 내 일반 아파트에 비해 난방비용도 많이 든다. 보통 테라스에서의 바비큐 파트를 꿈꾸지만 대화소리나 고기굽는 연기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기도 하고, 화단에서는 벌레가 꼬여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발생하는 단점도 속속 제기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단독주택에서 살고싶은 로망을 충족할 수는 있지만 여러 어려움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무조건 청약하기 보다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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