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 비판을 광고로 승화해 큰 인기…개선 노력 부족에 대한 비판도 나와

리니지M 100일 기념 광고에 등장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 두번째). / 자료=엔씨소프트
최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출시 100일 기념 TV광고가 연일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택진 엔씨 대표가 직접 광고에 출연해 ‘셀프 디스(self dis)’하는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과거 넥슨의 ‘돈슨의 역습’을 비롯해 다양한 이색마케팅을 벌여 왔다. 이에 대해 유저들은 참신하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게임의 문제점을 반성 없이 ‘희화화’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엔씨는 지난 13일 리니지M 100일을 기념하는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일식집에서 한 남성이 “꿈에 택진이형이 나왔다”며 리니지M의 무기 아이템 강화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망한 남성이 큰 소리로 “김택진 이 XXX”라고 욕설을 내뱉자 때마침 옆에 있던 김 대표가 크게 당황하며, 기침을 하게 된다. 이어 일식집을 나온 김 대표가 “쿠폰이 어디 있더라”라고 말하며, 해당 남성을 위로하기 위해 보상이라도 해줘야겠다는 듯 능청스런 웃음을 보이면서 영상은 끝이 난다.

이번 광고 영상은 공개 직후 연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 대표가 자사 게임 홍보 영상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저들이 게임내 아이템 강화를 실패할 때마다 김 대표를 욕하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많은 유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리니지M 아이템 강화의 경우, 성공하면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여주지만 특정 수치 이상에서 실패하게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 사리지기도 한다. 특히 리니지M은 강화 확률이 낮은 편에 속해, 많은 유저들이 강화 실패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셀프 디스를 활용한 이색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 지스타에서 넥슨은 ‘돈슨의 역습’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돈슨’이란 돈+넥슨의 합성어로, 넥슨이 돈만 밝힌다는 의미에서 유저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대부분 게임에서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고 있는 넥슨은 ‘랜덤 박스’를 비롯해 캐시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는 수익 모델로 인해 ‘도가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한다’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넥슨 돈슨의 역습 슬로건. / 사진=넥슨
당시 넥슨은 과감한 셀프 디스로 시선을 한 번에 끌어모았다. 이정헌 넥슨 본부장은 “돈슨이라는 단어는 내부적으로도 금기어에 속한다”며 “이번 슬로건으로 돈슨이라는 단어를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올해가 돈슨이라는 이미지의 마지막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마블게임즈의 야구게임 ‘마구마구’ 셀프 디스 마케팅의 경우, 위기를 기회로 모면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1년 유명 웹툰 작가 이말년은 마구마구를 즐기면서 나온 불만을 “멸종한 도도새가 운영해도 이것보다 잘하겠다”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했고, 이 이야기는 일파만파 퍼졌다.

이후 마구마구 개발사 애니파크(현 넷마블앤파크)는 이말년 작가 결혼식에 화환을 보내며 ‘도도새 일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아울러 유저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도도새 이벤트’를 새롭게 진행하며 오히려 이를 홍보의 기회로 활용하는데 성공한다.

셀프 디스를 활용한 이색마케팅은 유저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리니지M 광고의 경우, 리니지M을 즐기는 유저들은 물론 평소 리니지M을 즐기지 않았던 일반 유저들에게도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리니지M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광고에 대해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이 게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평소 리니지M을 즐겨온 김동수(27·가명)씨는 “이번 리니지M 광고를 보면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엔씨도 강화 실패로 인해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알고 있으면서 전혀 개선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며 “이번 광고 제작 비용도 결국 강화를 위해 유저들이 낸 비용으로 제작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넥슨 역시 2014년 돈슨의 역습 이후 과금과 관련된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유저들은 돈슨이라는 별명으로 넥슨을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체들도 각종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평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며 “회사에 대한 비판을 광고로 활용하는 것은 좋다고 본다. 다만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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