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타 마시는 쉐이크 형태…영양 높고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어
미래형 식사를 아십니까.
서기 2100년, 미량의 물과 술, 힘들여 씹을 곤충밖에 남지 않은 지구. 기후변화로 기근을 맞은 22세기 인류는 냄비에 가가호호 사육한 식용곤충을 찌고 달여 먹게된다. ‘밀웜(yellow worm) 찜’ 레시피가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고 “밀웜구이는 맹물보단 증류주와 먹어야지” 하는 평론이 득세한다.
기자의 건조한 상상력이 그려낸 미래형 식사는 이 정도…. 이런 식은 곤란하다. 곤충으로 배불리며 꾸는 꿈이 인류의 미래라고?
제 12화. '미래형 식사' 랩노쉬
미식(美食)을 해체하는 상기의 곤충 식사는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은 미래다. 그렇다면 당장 닥친 미래형 식사는 어떤 모습일까. ‘물 넣고 흔들어 마시는’ 랩노쉬다. 벌레가 아님에 일단 크게 안도한다.
‘미래형 식사’ 랩노쉬는 미래로 간다던지 하는 오버액션 없이 편의점 CU와 H&B(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 당장에 살 수 있다. 랩노쉬가 미래형 식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에서 찾을 수 있다.
식사 할 시간도 없이 바쁜 현대인, 그렇다보니 굶기가 잦은 현대인, 이렇다보니 영양 불균형을 앓는 현대인 등을 위해 “굶지 말고 이거 한 병 흔들어 드세요”하며 나온 것이 랩노쉬다. 이곳저곳 오만 곳이 약점인 현대인에게 이토록 친절한 식사라니.
기자도 영양이 궁핍한 현대인! ‘식사’를 표방하는 만큼 그에 충실하고자 6시간 공복 후에 한 병을 꼬박 다 먹었다. 맛에 더해 포만감도 볼 것이다. 랩노쉬 종류는 그래놀라 요거트, 그린 시리얼, 쇼콜라, 우바 밀크티, 자색 고구마, 블루베리 요거트, 허니-콘으로 7가지. 랩노쉬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지금 무슨 맛을 고를지 고민 중인 당신을 위한-취향따라 내 랩노쉬 찾기>가 있는데, ‘달달하면서도 묵직한 식감이 좋은’ 기자는 쇼콜라를 추천받았다.
랩노쉬 쇼콜라의 겉모습은 현대식으로 세련됐다. 쉽게 말해, SNS 인스타그램 스타일이란 뜻이다. 한 병(85g)에 340㎉ . 밥 한 공기 칼로리(300㎉)와 비슷하다. 식사 대용인 만큼 영양정보를 따져본다. 나트륨, 탄수화물, 당류, 식이섬유, 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단백질 등이 들어있다. 이들 중 탄수화물(48g)과 단백질(24g)이 주를 차지한다.
쉐이크 잇! 물을 넣고 흔들고 먹기 전에 관찰한다. 열심히 흔들어도 굵은 알갱이가 잘게 쪼개지지 않는다. 걸쭉하다. 이미 알고 있는 진한 초코쉐이크다. 냄새도 역시 초코쉐이크다. 가루가 물을 만나니 무게도 제법이다.
드디어 먹는다. 결과는 맛있으려다가 만 초코쉐이크 맛이다. 초코의 짧은 맛 뒤에 ‘식사’라는 정체성을 의식한 부가적인 맛이 따라붙는 느낌이다. “이것은 초코우유 아닙니다. 식사입니다”고 노력한 맛이라고 할까. 그럴만한게 스프링클코코아파우더 10%, 코코아파우더 3.5% 이외의 86.5%는 다른 것으로 채워졌을테니.
다 먹기도 전에 배가 불렀다. 포만감은 확실히 보장한다. 공기밥 하나를 뚝딱 해치우는 위장에 이 한 병이 꼭 찬다. 몇 시간 뒤 공복이 밀려올지 현재로썬 모른다.
건더기 없이 후루룩 빠르게 무언갈 먹고싶은 ‘현대인’이라면 먹어봄직하다. 이런 끼니도 있구나, 경험해봄직하다. 그리고 입맛에 맞는다면, 다른 맛도 두루두루 겪어봄직도 하다.
문뜩 생각이 든다. 랩노쉬를 미래형이라 부를 수 있을까. 거창하게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들먹이지 않아도, 70년대에도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2017년에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 사람’은 흔하다. 그래서 기자는 랩노쉬를 ‘굳이 밥심에 기대지 않아도 식사를 식사로 인정해주는’ 현대에 태어난 새로운 형식의 식사, 정도로 생각해본다.
한 병에 3900원. 참, 물도 필요하다. 생수까지 함께 산다고 하면 5000원이 조금 안 되는 한 끼.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없거나 금전적 여유는 어느 정도 있으며, 심미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한 끼 식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