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 스타트업 튠잇…IT 튜닝으로 ‘개인 맞춤형 미래차’ 시대 선도
현대자동차 소속, 평균 10년 차 연구원 셋. 셋의 목표는 하나다. 현대차를 떠나는 것.
셋의 면면은 이렇다. 송영욱 현대차 책임연구원, 이기창 현대차 책임연구원, 신형 연구원. “기술 개발은 됐다. 떠날 준비의 80%는 끝났다. 20%의 확신만 있으면 떠날 수 있다”는 송 책임은 2006년 현대차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차종 개발과 차량 개발 선행 연구, 차량 공간 설계 분야를 거쳐 2013년 말 결심을 굳혔다. “내 기술을 가져보자.” 당시 8년 차 연구원이었다.
이기창 책임은 2014년 차량 공간 설계 분야에서 함께 일했던 송영욱 책임을 따라 남양연구소를 떠나 전략기술본부가 있는 의왕연구소로 옮겼다. “개발은 자신만의 명령어를 엮어 서사를 꾸리는 소설과 같다”고 말하는 이 책임은 “2014년은 차량 공간 설계 연구원으로서 담당했던 반복적인 도면 검토 작업에 지쳐있었을 때였다”면서 “입사 5년 차에 새로운 꿈을 꿨다”고 말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차량 설계 부문에서 일했던 신형 연구원은 이기창 책임 손에 이끌렸다. 신 연구원은 이기창 책임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사며 건넨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이란 말에 사로잡혔다. 신 연구원은 “2009년 입사해 차량에 들어가는 내장재 설계를 계속했는데, 연구를 지속하는 내내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면서 “제안이 고마웠다”고 고백했다.
셋은 그렇게 사내 스타트업 '튠잇(TuneIT)'이란 이름 아래 모였다. 현대차가 2000년 시대 변화에 내부로부터 신기술을 수혈받겠다는 의지로 만든 ‘현대 벤처플라자’가 튠잇의 발판이 됐다. 현대 벤처플라자는 올해 신설된 전략기술본부로 편입, 사내 스타트업팀으로 이름을 바꿨다. 튠잇은 차량에 정보통신기술(IT)을 더하는 솔루션을 제시, 사내 스타트업 공모에 선발됐다.
◇ 튠잇 “IT는 공유차도 개인차로 바꾸는 힘”
현대차 의왕연구소 7층에 있는 작은 실험실을 사무실로 꾸린 튠잇은 2014년 5월 문은 연 이래 첫 6개월 간 10가지 기술 개발과 500여개 넘는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 중 4가지 기술은 지난 4월 차량공유(카셰어링) 업체 ‘제이카’에 도입됐다. 차량공유 고객 사이에서 계속되는 불만인 차량 개인화의 지나친 부재가 차량 IT 튜닝으로 해결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튠잇이 개발한 ‘스마트 메모리 시스템’은 스마트폰에 사용자가 사전 등록한 좌석 위치와 사이드미러 각도를 바탕으로 해 스마트폰을 몸에 지닌 채 차 문을 열면 공유 차량이라 해도 곧장 개인에 맞게 좌석 위치와 사이드미러 각도가 자동 조정된다. 공유 차량 특성상 이용자는 항상 앞서 누군가 이용한 차를 탈 수밖에 없다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기능이다.
‘노크노크 도어락’은 공유 차량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운전석 차 문을 두 차례 노크하면 차량 잠금이 해제되는 기능이다. 문짝 내부에 장착된 센서가 음파의 강도와 패턴을 파악해 문이 열리고 닫히는 방식이다. 차량에 다가오는 동안 스마트폰과 차량은 블루투스로 연결돼 통신 불안도 없다. 스마트폰 앱을 열어 차량 잠금을 설정해야 했던 불편도 사라졌다.
신형 연구원은 “튠잇은 IT를 통해 공유 차량이든 개인용 차량이든 관계없이 차량 이용을 더 편하고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다”면서 “기술 정의는 사실 차량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차량 사물인터넷(IoT)이라고 하는 게 맞지만, IoT라는 용어의 어려움도 있어 'IT로 차량을 튜닝한다'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튠잇은 제이카 공유 차량에 터널 통과 시 자동으로 창문 등이 닫히는 ‘액티브 터널 모드’도 적용했다. 위성항법시스템을 이용 터널에 진입하기 100m 전 창문을 스스로 닫아주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차량에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질 때 자동으로 문이 잠기는 ‘세이프 도어락’까지 도입된 제이카 아이오닉 IoT 차량은 고객 만족도가 가장 높은 차량으로 꼽힌다.
◇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은 동전의 양면”
튠잇은 스마트폰 신호를 차량에 전달해 주는 ‘게이트웨이’만 설치하면 어느 차량에라도 기술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향후 개인용 차량 시장으로 발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기창 책임은 “제이카에 공들인 기술이 적용되고 고객 반응을 처음 들여다봤던 순간이 생생하다”면서 “당시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이 '내 차는 안되나' 였다. 가능성이 보였다”고 했다.
다만 사람과 시간이 문제다. 튠잇을 움직이는 하나이자 모두인 세 연구원은 현대차에서 평균 10년을 일했지만, 기계만 만졌다. 전에 없던 회로 기판을 만들고 제품 설계를 하는 것만도 빠듯했지만, 앱 개발은 그야말로 처음이었다. ‘Tiot’라는 앱을 개발한 신형 연구원은 “완전히 밑바닥에서 시작했다”면서 “수없이 많은 곳을 돌고, 묻고 배웠다. 3년이 짧았다”고 토로했다.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인 튠잇은 스타트업이면서 대기업이다. 현대차 의왕연구소에 소속돼 현대차 월급을 받는 한 튠잇은 현대차 보안규정 아래서 움직여야 한다. 외주업체에 앱 개발을 맡길 수 있는 일이지만, 현대차 규제 안에선 쉽지 않다. 추가 인력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나마 셋 중 하나는 이른바 영업, 즉 개발이 아닌 설득에 오롯이 시간을 써야 한다.
송영국 책임은 “튠잇은 어쨌든 대기업 속의 스타트업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자동차라는 특성상 영하에서 혹은 고온에서 잘 버티는지 소금물도 견딜 수 있는지 점검하는 일이 필요한데 대기업 아래에서 연구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더할 수 없이 좋지만, 이것은 정확히 동전의 양면”이라며 “마음이 스타트업임에도 몸은 대기업의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대차 현대 벤처플라자를 딛고 현대차를 떠난 스타트업 기업은 현재까지 9곳이다. 전체 27개 스타트업이 사업을 추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3팀 중 1팀은 그래도 현대차 밖에서 대기업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틈새시장 개척자로 역할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차에 대한 방향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튠잇은 10번째 현대차 기술 첨병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일단 목표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