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존속돼도 정부와 교류 없으면 실익 없어…결국 정부와 파트너십 조율이 관건

지난 7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FKI회관에서 열린 2017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 환영만찬에서 허창수 전경련회장과 건배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혁신안을 내놓은 지 반 년도 훌쩍 넘게 지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전히 살지도 죽지도 못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 하에선 해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지만, 전경련의 생사는 해체 여부보다 현 정부와 동반자가 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단 지적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로 물의를 빚은 전경련은 3월 혁신안을 내놓고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로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4대그룹(삼성‧현대차‧SK‧LG)이 탈퇴하고 희망퇴직을 받아 조직은 왜소해졌지만 혁신을 계기로 살아날 수 있을지 재계 시선이 집중됐다. 

 

한 전경련 소속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이 나갔지만 이는 그만큼 나미지 그룹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탈퇴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경련의 생사는 불투명하다. 전경련이 ‘소생했다’는 평을 받기 위해선 마땅히 거쳐야할 단계가 있다. 일단 내부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하고, 이 변경된 정관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이 때 산업부가 승인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조직 해체를 의미한다.

법적으로 전경련 해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민법 제38조에 따르면 사단법인이 목적 이외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 위반 및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해체할 수 있지만, 전경련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 해체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다소 우세하다.

다만 이는 법적일 문제일 뿐, 전경련이 기존의 위상을 되찾을지 여부는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부고위 관계자는 “젼경련이 승인이 나더라도 정부가 전경련과 대화를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상 전경련의 명운은 법적 지위보다 현 정부와 얼마나 파트너십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 정부가 대한상공회의소를 재계와의 주요 창구로 삼기 시작하면서 대한상의 조직의 위상이 격상됐다. 

 

전경련이 단순이 해체를 피하는 것을 넘어 과거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재벌개혁 방향에 동참하며 현 정부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현재까진 정부 내에서도 전경련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만큼 조직을 해체해야 한다는 해체론이 강하지만 전경련과 파트너십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은 전경련이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가 현재 정부의 주요 정책 창구로 활약하고 있지만, 전경련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 등 대외활동 역량은 정부로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전경련은 현재도 인도 통상산업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는 등 민간외교 창구로서 역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전경련이 개최한 ‘2017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축사를 맡기도 해 전경련에 대한 현 정부의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바 있지만 아직 섣부른 전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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