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소집회의서 49층 철회여부 안건 상정…‘시 방침 따르자’ 입장 우세

 

지난해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 구호를 외치던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 / 사진=뉴스1

 

은마아파트가 그동안 서울시와 마찰을 빚었던 최고 층고에 대한 양보안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십수년째 진척되지 않고 있는 재건축 사업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조합 추진위원회(이하 은마 추진위)가 27일 오후 추진위 소집회의를 열고 재건축을 35층으로 할지, 49층을 밀어부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는 지난 8월 중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최고 49층 높이의 추진위 측 정비계획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심의를 거부하겠다며 퇴짜를 놓은지 40일 만이다.추진위 회의 결과에 따라 다음달중 조합원 총회에 안건을 상정해 49층 철회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2002년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가 승인된 이래로 15년 간 서울 강남 노른자 입지의 총 4400여 세대라는 대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에서 재건축 바로미터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높은 인지도와 세간의 주목은 약보다는 독으로 작용하며 조합 설립도 못하고 사실상 한 발도 떼지 못한 채 십수년 전 추진위원회 수준 그대로 머물러 있다.

과거 서울시는 단지 중앙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폭 15m의 도시계획도로 건설을 포함시켰다. 은마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내 도시계획도로가 생기면 사실상 단지가 둘로 나뉘게 돼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시계획도로 폐지를 요청해 왔다. 이 문제가 조건부로 해결되고 나니 이번에는 국세청이 문제를 제기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체납 세금을 회수하기 위한 조사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단지 내 토지 일부를 정 전 회장 소유라고 판단하고 가압류 및 공매를 추진해서다. 은마 추진위는 땅을 찾기위한 법정다툼을 벌이면서 수 년의 세월을 잃었다.

은마 추진위는 법정다툼 끝에 지난 2015년 6월 승소하며 새 국면을 맞는 듯 했지만 이번엔 다시 서울시의 도시계획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은마는 층고를 최고 49층까지 높여 이 일대 랜드마크 단지를 지을 것을 계획했는데, 시는 2030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3종일반주거지역에 짓는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 미만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는 기존 계획안을 고수하며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는 안을 밀어부쳤지만 서울시는 완강하게 불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은마 추진위 내부에서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설계안을 35층으로 수정하고 하루 빨리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입장이 우세하다. 비슷한 시기인 2000년대 초반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개포동 주공아파트 저층 1~4단지 등은 이미 관리처분신청까지 마쳐 초과이익환수제를 모두 피했을 뿐 아니라, 일부 단지는 새집으로의 이사를 기다리는 등 사업추진이 저만치 앞서 있어서다.

35층 추진이 결정되면 갈등을 빚어온 서울시로서도 더 이상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의 갈등요소가 희석되면서 분위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27일 총회 안건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추석 연휴가 지나자마자 주민투표를 거치면 다음달 중순 쯤 재건축 추진 방향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은 지난해 9월 총 157억원을 투자한 설계안을 버리고 35층으로 새롭게 진행할 경우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설계를 맡은 희림 관계자는 “설계용역 계약시 49층 불가시 추가비용없이 35층으로 설계변경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35층으로 변경해도 조합이 추가로 지불해야 할 추가 설계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을 가로막던 장막이 하나 둘 걷히면서 매매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매물이 없다. 매도 호가도 끌어올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은마상가 내 M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달 초만해도 전용면적 76㎡ 급매가 12억4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주에는 약 20일 만에 1억원 뛴 13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며 “35층 추진으로 재건축 사업이 속도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주전부터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려 거래가 안되는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부 강성 조합원들은 여전히 49층을 고집한다. 서울시의 제3종 일반주거지역 35층 강요가 주민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줄곧 주장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은마 추진위가 고집을 꺾고 서울시의 규제안에 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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