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내기술 초기단계…고객응대에 치우진 서비스 한계 지적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딥러닝 알고리즘 등 주요 기술이 주목받으며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인공지능 열풍을 탄 셈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스타트업과 인공지능의 협업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국내 스타트업은 고객 중심 서비스에만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어 확장성에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몸집 큰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이미 발빠르게 인공지능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숙박 이용후기 분석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스마트리뷰 알림을 개발했다. 고객이 남긴 숙소 이용후기를 긍정, 부정으로 분석하고 해당 업소에 전달해주는 기능이다. 딥러닝, 즉 분류를 통한 예측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윤진석 위드이노베이션 CTO는 “과거 평점을 높게 부여한 사용자가 실제 내용은 부정적으로 작성했을 때 이를 가려내지 못했다. 그러나 새 기술은 문맥을 분석해 실제 사용자 평가를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가려낸다”며 ​결국 이전에 사람이 직접 눈으로 읽고 판단했던 일을 이제 인공지능이 대신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올해 3월 자체 인공지능 프로젝트 ‘배민 데이빗’을 출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배달앱 주문 데이터를 활용해 음식, 상황, 맛, 양 등을 인공지능이 분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이 투자한 금액만 100억원이다.

숙박, 배달 등 주요 O2O스타트업 외에도 IT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들도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애초 인공지능 기술을 내세운 스타트업이 아닌 이상 기존 서비스와 잘 융합시키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도 딥러닝 자연어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는 추세다.

스타트업 채용 공고 사이트 ‘로켓펀치’를 살펴본 결과 사용자 분석 플랫폼, 비디오커머스, 쇼핑몰, 3D프린터 제조업체, 주식 분석 등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 구인 광고를 내놓고 있다. ‘자연어 처리’, ‘머신러닝’, ‘AI음성인식’ 등 구체적인 직군을 명시해놓은 스타트업도 총 39개였다.

일각에서는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고객응대(CS)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 편리성에 초점을 맞춘 자동화 기술이라는 것이다. IT업계 흐름에 휩쓸려 인공지능 도입을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은 물론 중요한 기술이고, IT스타트업이라면 O2O 사업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서비스와 연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도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이 CS에만 집중돼 있어 향후 (스타트업 내부에서) 서비스 확대를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들의 인공지능 도입 움직임은 당연하다고 평가한다. 또 최근 스타트업들이 도입한 기술들도 모두 인공지능에 포함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딥러닝 기술을 도입한 스타트업들도 분명 인공지능에 한발짝 나아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머신러닝의 하위개념인 딥러닝은 데이터를 군집화해 분류하는 기술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 교수는 “기계가 사람의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정한 알고리즘을 학습시키는 방법과 규칙을 집어넣어 규칙대로 행동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스타트업들은 데이터로부터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주로 도입하고 있다”며 “사용자, 소비자들에겐 어떤 인공지능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사용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인공지능 쪽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인공지능은) 이전에 없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투자 열풍은 자명하다”며 “인공지능 시장 안착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AI 스타트업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좀 늦었다. 국내 인공지능 시장은 초기단계다. 빠르게 추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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