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공지능, 의사 도와 의료 질 높일 것”…의사-환자 관계도 가까워질 듯
선망의 직업으로 꼽히던 의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났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이 똑똑한 두뇌를 무기로 병원에 속속 도입되자, 일각에서는 먼 미래에 의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의사들은 이런 우려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종사자들은 인공지능이 단지 ‘도구’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의사의 위기론이 부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료 질에 청신호를 켜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5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IBM 헬스케어 인공지능 서비스인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했다. 현재는 국내 6개 병원에서 왓슨을 사용하고 있다. 왓슨은 가천대 길병원에서 대장암환자 조아무개씨의 첫 진료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약 500명 정도의 치료에 관여했다.
왓슨은 암에 관련된 빅데이터와 환자의 의료 기록을 종합‧분석해 암 환자에게 적절한 여러 치료법을 제시한다. 여러 치료법을 보고 환자와 주치의는 상의해서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왓슨을 통해 추후 치료법까지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왓슨은 빠르게 최신 정보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모적인 진료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일방적인 의사의 통보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와 의사가 서로 치료정보를 공유하고 상의해서 치료법을 정할 수 있다.
가천대길병원 김영보 신경외과‧뇌과학연구소 교수는 이런 진료법을 ‘황제진료’라고 표현했다. 김영보 교수는 “과거 3분 진료하던 것이 지금 왓슨과 함께 하면 20분 정도 치료를 하고 있다”며 “왓슨이 내놓은 결과를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해주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탈권위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질도 좋아졌다. 김교수는 단순업무가 줄어들면서 고급인력들은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의사들이 인공지능에 큰 관심을 갖고 논문도 적극적으로 쓰고 잘 게재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뇌공학과 맞닿는 부분이 많다”며 “답답하고 반복되는 설명 등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헬스케어 업계 역시 인공지능이 의사를 위협하기는커녕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구성원 중 한 명인 정지훈 IT융합전문가는 “일반인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의료 지식을 쉽게 접하게 되고 의사는 더 나은 진료를 위해 집중하면서 전체적으로 의료의 질과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뺏는다기보다는 역할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과거 첨단 의료기기가 도입된다고 해서 의사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도 의사의 본업을 돕는 하나의 유용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의 역할이 환자와의 관계, 대화 측면에 더 가까워지고 중요해질 전망이다.
환자중심형, 환자참여형의 더 나은 진료방법을 수행하려면 의사는 사라지려야 사라질 수가 없다.
이강윤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안전한 고품질의 환자 참여, 환자중심의 진료 그리고 근거기반의 진료를 위해 인공지능 도입이 확대될 것”이라며 “여러 의사가 모여 치료법을 논의함으로써 더 안전한 진료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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