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고객 삼성전자와 본격 경쟁할 판

구글이 개발한 픽셀폰을 데이 드림 VR 헤드셋에 연결한 모습, / 사진=구글 홈페이지

말만 무성하던 구글의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 인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춘 구글 HTC를 품에 안게 될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는 “21일 중요한 발표를 기대하고 있으며, 주식거래를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HTC는 공식적으론 구글 인수설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구글의 HTC 인수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글은 작년부터 하드웨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구글은 작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픽셀폰을 공개하며 스마트폰 시장 공략 의지를 내비쳤다. 픽셀폰은 구글이 HTC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만든 폰이다.

HTC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인해 VR 헤드셋 사업 부문을 분사하거나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이는 하드웨어 경쟁력을 키우려했던 구글의 니즈(Needs)와 맞아 떨어졌고 결국 인수단계 직전까지 오게 된 것이다.

구글의 HTC인수가 당장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를 깨뜨리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폰 자체 경쟁력을 떠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트너가 발표한 1분기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을 보면 구글 안드로이드는 86%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이다. 그런데 구글이 HTC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 삼성전자는 구글의 가장 큰 고객이자 경쟁자가 되는 미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구글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갖게 될 공산이 크다. 이를 우려해 삼성전자도 오래 전부터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공을 들여왔지만 당장 안드로이드를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구글이 최근 자체 브랜드 프리미엄폰인 픽셀폰의 성공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업체인 HTC까지 인수하게 되면 기존 스마트폰 업체에 큰 도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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