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판매량 80만대 전망, 아이폰X OLED 공급도 호재…고동진 “경쟁사 의식하지 않아”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본부장(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는 모습.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는 109만 4500원이다. 애플이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 공개하는 아이폰X의 출고가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양강 플래그십의 가격차가 매우 적다는 뜻이다. 프리미엄 시장서 애플이 가진 영향력을 떠올려보면 삼성전자가 긴장감에 휩싸일 법도 하다. 정작 삼성전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기자들 앞에 선 고동진 무선사업본부장(사장)의 발언에서도 강한 자신감이 읽혔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경우 별도의 기술적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시장에서 선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8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예약판매량은 자신감을 북돋는 동력이다. 아이폰X에 탑재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아이폰X가 팔릴수록 삼성전자가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체 업계를 둘러싼 국면도 삼성전자에 유리해진 모습이다.

12일 고동진 사장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에 나와 “뉴욕 언팩 이후 초기반응이 고무적이다. 갤럭시노트 시리즈 중 역대 최고 선주문 기록을 견인했다”면서 “갤노트8은 혁신의 정신 속에 탄생한 역대 최고의 노트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눈길 끄는 자신감의 배경은 시장 기대치를 넘은 예약판매량이다. 고 사장은 “첫날 예약판매량 39만 5000대는 당초 기대보다 상당히 높은 숫자”라면서 “(현재까지) 5일 간 성적이 지난해 갤노트7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배 많다”고 밝혔다.

부연설명에 나선 김진해 한국총괄 전무는 “갤노트7의 경우 총 13일 간 40만대가 예약됐었다. 갤노트8은 5일 간 65만대가 예약됐다”면서 “(갤노트8은) 총 8일 예약을 받을 계획인데, 최종 8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전작의 2배정도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갤노트8의 판매호조는 제품공개 직후 시장에서도 예견했던 바다. 앞서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노트8 출하량이 1100만대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갤노트7 (배터리) 발화이슈 이후 대화면 스마트폰에 대한 대기수요 흡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트7에서 ‘갈아타지 못한’ 수요가 대거 이번 제품으로 몰릴 거란 기대치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예견은 현실이 됐다.

때마침 미디어데이가 열린 날이 아이폰X의 공개일 코앞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애플은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전 2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새 캠퍼스에 있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작 아이폰을 공개한다. 제품 뒤에 붙은 X는 로마자 10을 표기하는 형태에서 따왔다. 베젤리스 디자인과 안면인식, 차세대 증강현실(AR) 등 10주년에 걸맞은 다양한 혁신이 제품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데이 행사장 앞에 전시된 갤럭시노트8. / 사진=고재석 기자

당초 시장 예상보다 아이폰X의 가격대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아이폰X는 1000달러를 소폭 상회하거나 소폭 하회하는 수준에서 출고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화 기준 113만원 안팎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갤노트8과 아이폰X의 가격이 사실상 거의 같아진다. 당초 고동진 사장은 출고가에서 ‘1’이 안보이게 하겠다는 표현을 내놨다가 이를 스스로 거둬들인 바 있다.

고 사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계산방식이나 협력관계를 감안하고 해외와 국내서 가격을 맞추는 것도 고려하다보니 ‘1’자를 넘어가게 됐다. 소비자들께 혼선을 드려 사과드린다”면서도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는다. 쳐다보지 않는 건 아니고 계속 모니터링 한다. (다만) 노트만의 지지층이 갤노트8을 반겨주리라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선전하리라 조심스레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사장이 언급한 경쟁사는 물론 애플이다.
 

고 사장의 발언은 대화면에 S펜을 갖춘 노트 시리즈를 선호하는 소비자군이 개별적으로 존재한다는 인식을 잘 보여준다. 갤노트8과 아이폰X가 서로의 수요를 갉아먹기보다는 별개로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속내도 읽힌다. 실제 삼성전자가 노트 시리즈 사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겠다”에 답변했다. 충성 고객층이 두텁다는 얘기다.

아이폰X가 흥행해도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다. 되레 유리할 수도 있다. 아이폰X에 쓰이는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시장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대만 KGI 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 디스플레이의 가격은 아이폰X 한 대 당 120~130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많이 팔릴수록 삼성의 수익도 커진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울타리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도 상황은 나쁘지 않다. 호평이 이어지면서 갤노트8 판매량을 소폭 잠식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LG V30가 시장 기대보다 높은 출고가를 택했다. 중국 시장서 정면대결을 펼쳐야 할 화웨이의 메이트10은 10월 중순에나 공개된다.

고동진 사장은 “중국 시장은 무선사업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책임자 변경과 핵심 거래선 재선정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며 “결과는 반드시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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