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라인통해 라인게임즈 설립…카카오 이어 강력한 플랫폼 보유 업체 등장에 업계 '긴장'
네이버는 지난 2000년 한게임을 인수하면서 게임시장에 이미 한 차례 진출한 바 있다. 그러다 2013년 이준호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게임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NHN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면서 게임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었다.
이후 지난 7월 네이버는 깜짝 발표를 한다.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라인게임즈’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라인게임즈는 라인의 100% 자회사로,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전문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라인게임즈 설립과 함께 모바일게임 개발사 ‘넥스트플로어’ 지분 51%를 인수하고 김민규 넥스트플로어 대표를 라인게임즈 초대 대표로 선임했다. 넥스트플로어는 2012년 설립돼 ‘드래곤 플라이트’ 등의 모바일게임을 개발했으며 ‘데스티니 차일드’와 ‘크리스탈 하츠’ 등 여러 인기 모바일게임을 퍼블리싱한 경험을 갖고 있다.
라인게임즈의 등장은 당시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넥스트플로어는 그동안 카카오와 인연이 깊은 회사였다. 모바일시장 초창기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한 일명 ‘카카오키즈’라 불리는 기업중 하나다. 특히 최신작인 데스티니 차일드 역시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국내시장에서 어느정도 성장한 넥스트플로어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인과 손을 잡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사실상 독점을 하고 있지만, 해외 메신저 시장에서는 라인이 한참 앞서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순전히 회사를 새로 만들기보단 개발력과 퍼블리싱 능력을 어느정도 갖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라인게임즈는 신생회사임에도 불구, 빠르게 조직구성을 갖춰나가고 있다. 넥스트플로어 직원들이 대거 라인게임즈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신 성장동력으로 게임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인터넷 관련 사업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경쟁사인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 설립을 통해 게임사업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 어느정도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게임전문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높은 매출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네이버도 게임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 회사 모두 메신저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다. 라인게임즈도 향후 카카오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카카오게임즈의 전례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라인게임즈의 등장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라인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라인게임즈가 기존 게임사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경우, 사실상 메신저 플랫폼을 통한 게임 사업을 독점하고 있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적수를 만난 셈이다.
다만 관건은 라인게임즈가 인기 게임들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서는 게임 빅3라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의 게임들이 모바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일명 ‘리니지 형제’라 불리는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이 사실상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음양사’ 등 다양한 인기 타이틀을 확보해 퍼블리싱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인게임즈는 최근 설립이후 첫 게임으로 모바일 액션 RPG ‘헌드레드소울’을 출시한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넷마블이 발표한 ‘테라M’ 등 다른 게임사들의 하반기 기대작들에 비하면 기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라인게임즈 입장에서는 유저들의 이목을 받을 수 있는 유명 지적재산권(IP)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라인게임즈의 등장은 어느정도 서열이 정해지고 있던 게임시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강자가 등장한 것과 다름없다”며 “늦어도 내년초쯤이면 라인게임즈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유명 IP 확보 여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