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고주파수핵성형술 한 병원에 4000만원 배상 판결
환자가 호소한 증상과 영상 검사만으로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을 진단하고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과실 책임이 물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의사가 환자에 대해 상세진단을 하지 않은 채 불필요한 시술(고주파 수핵성형술)을 하고 합병증 및 후유장해를 일으킨 병원에 대해 4000여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고주파 수핵성형술은 고주파가 장착된 바늘을 추간판 탈출 부위에 삽입해 추간판 부위 신경을 열로 파괴해 통증을 감소시키는 시술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아무개씨(사고 당시 28세)는 허리 통증과 오른쪽 다리 저림으로 2016년 4월18일 A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진단 하에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돼 B대학병원에서 추간판염으로 항생제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씨는 결국 노동능력상실률 23%의 후유장해(5년 한시)에 달하는 진단을 받았다.
이 사건 당사자인 A병원은 MRI 검사 결과 이씨의 제4번과 5번 요추 사이 추간판탈출증은 중등도였고, 제5번 요추와 1번 천추 사이 추간판탈출증은 심한 상태여서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행했고, 시술 후 추간판염 소견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이씨의 증상이 신경학적 검사를 하지 않아 추간판탈출증에 의한 통증인지 확실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또 영상검사에서 추간판이 돌출되긴 했지만 신경이 압박되는 소견은 없어, 척추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통증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특히 A병원이 경과관찰 및 보존적 치료(소염진통제 복용, 마사지, 복근 강화 운동 등)를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시술을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소비자원은 시술 과정에서 열로 인해 주위 조직이 손상될 수 있고, 시술을 받은 후에도 통증이 지속돼 A병원에서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감안해 고주파 수핵성형술로 인한 추간판염으로 추정했다.
다만, 추간판염 치료를 마친 후 촬영한 영상검사 결과 예후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씨의 기왕증(기존에 가지고 있는 질병)을 고려해 A병원의 책임을 70%로 제한해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정결정은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방법 선택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척추 시술이 수술에 비해 신속하고 위험부담이 적어 소비자가 쉽게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척추 시술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에게 진단과 시술의 장단점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