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주기별 탄력적 임금 조정안도 도입 계획, 계열사 확대 조짐…노사갈등 타 대기업에 영향 주목
SK이노베이션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시킨다. 노사 간 소모적 임금협상 문화를 개선하고 발전적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도다. 임금인상률-물가 연동제는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임금 인상 여부를 놓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노사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는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 교섭 잠정 합의안’이 가결됐다. 조합원의 73.57%가 잠정 합의안에 찬성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지난달 25일 노사간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4월 말 입단협 교섭을 시작한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안에는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된 임금인상률, 사회적 상생 기부금으로 기본급 1% 출연, 근로자의 역량·생산성 향상도 및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를 종합한 임금구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올해부터 매년 임금인상률에 전년도 물가가 반영된다. 물가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로, 올해 임금인상률은 1%로 결정됐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노사가 물가에 연동한 임금 상승, 역량·생산성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임금체계 및 사회적 상생이라는 의미 있는 노사 관계 모델을 만들어 냄으로써 SK는 물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임금인상률-물가연동제가 SK그룹내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노조 규모가 큰 만큼, 다른 계열사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다른 노조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이끌어낸 이번 임금 모델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합의가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임금인상률-물가연동제가 국내 다른 대기업에도 확산될 경우,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갈등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임금인상률-물가연동제 외에도 임금 체계 개선안에 대해 합의했다. 연차에 따라 임금이 꾸준하게 상승하는 호봉제에서 벗어나, 생애 주기별로 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결혼, 출산, 교육 등 돈이 많이 필요할 때 임금을 더 주고 50대 이후에는 그만큼 임금을 줄이는 식이다.
이정묵 노조 위원장은 “이번 임단협은 조합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대기업 노조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한 결과”라면서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은 앞으로도 회사의 성장이 구성원 및 사회의 행복과 직결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