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업체 통한 간접 미국시장 진출 차단 의도로 해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국가의 철강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검토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수출을 준비중인 국내 철강제품 / 사진=뉴스1

미국 정부가 넥스틸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내 철강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사들은 이미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어 사실상 직접적인 미국 시장 진입은 어려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견 업체인 넥스틸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시장에 간접 진입 경로도 차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유정용 강관 업체 넥스틸은 올해 상반기 미국으로부터 24.9%에 달하는 높은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예비판정시 부과된 8%대 관세율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회사 측에서는 미국 상무부 제소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장 하반기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넥스틸은 자사 매출액의 80% 가량을 미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다. 미국 입장에서는 포스코가 만든 열연코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넥스틸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넥스틸에 무역특혜연장법 504조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은 수출업체의 원가 자료를 믿을 수 없을 때 재량으로 관세를 부과할 때 적용된다.

표면적으로는 넥스틸의 원가자료의 불확실성이지만 실상은 포스코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넥스틸이 유정용강관을 만들 때 사용하는 열연코일을 포스코에서 구매하고 있어서다. 미국 정부가 열연 코일 구매가 포스코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어, 포스코에 적용할 관세를 넥스틸에도 책정해 적용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 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덤핑 마진도 높게 잡았다는 해석이다.

포스코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포스코가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57.1%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반덤핑 관세율 3.9%를 합산하면 전체 부과된 관세율은 무려 61.0%에 이른다. 사실상 직접적인 미국 수출이 어려운 숫자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열연코일을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넥스틸 등 포스코로부터 재료를 조달하는 기업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포스코의 매출에도 타격이 생길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 수출 길이 제한적인 국내 철강사들의 손발을 자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내 철강업체 규제가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국내 철강사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제한적이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운 세아제강처럼 현지에 생산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방안 정도가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미국 상무부 제소 등 소송전은 시간이 장기간 소요돼 해답이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철강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아직 불분명하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가능하다는 정도의 반응만 나오는 수준이다. 다만 철강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응 카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철강업체 관계자는 ​수출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는 양국 시장이 어느 정도 비슷한 영향력을 가질 때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철강 업계는 한국과 미국 업체들이 비대칭적인 상황​이라며 ​정부가 당장 현실적인 대응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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