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업체 생산 소형SUV 가격 격차 1200만원…“이젠 현대차 싸고 좋은 차 아냐”

현대자동차 중국 창저우 공장(4공장)이 올해 들어 세 번째 가동 중단을 가까스로 매듭지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를 본격화한 지난 3월 처음으로 멈췄던 창저우 공장은 지난달 베이징에 있는 1·2·3공장과 함께 일주일가량 멈췄고, 이달 5일 다시 중단됐다가 8일 생산 재개에 나섰다. 공장 가동 중단 원인인 부품사 대금 미지급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 첫 현대차 창저우 공장 가동 중단 당시 업계에선 판매 둔화에 따른 재고 소진이라는 해석이 일었다. 현대차는 운영체계 보완을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지난 3월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45% 판매 감소를 겪었다. 부진은 계속됐고, 올해 상반기 현대차 중국 시장 판매량은 57% 줄며 반토막 났다. 지난달 현대차 해외 판매 역시 중국 시장 판매 감소로 11% 줄었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향후 5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불거지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시장 내 현대차 판매 감소는 하나의 계기였을 뿐, 판매량 반토막의 진짜 원인은 차량 경쟁력 상실에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에서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로 갈아탄 소비자들이 중국차 성능을 경험한 이후 현대차 구매 필요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 현대차 부진 빈자리 챙긴 중국 토종 車업체

8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7월 자동차 판매량은 197만대로 6.2%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 누적 판매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늘어난 1530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지난 7월 판매량 개선 영향을 받았음에도 중국 시장에서 총 35만1292대를 판매하며 40% 넘는 판매 감소를 유지했다.

현대차가 빠진 빈자리는 대부분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가 채웠다. 중국 완성차 업체 지리자동차는 지난 7월 9만1104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넘게 성장했다. 이에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 시장 점유율도 1.1%포인트 늘어난 43.5%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4년 9% 올해 4%대로 추락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인의 차량 구매 눈높이는 점점 높아졌지만, 현대차가 갖는 브랜드 가치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합리적인 가격의 살만한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현대차의 시장 지위는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에 밀려 옅어진 상태다. 지리자동차는 볼보자동차 인수 등으로 기술력 및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사드 보복으로 인해 판매량이 줄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중국 완성차 업체의 성장에 따른 현대차의 지위 상실”이라며 “사드 보복은 중국인의 중국차 경험을 늘리는 촉매제로 작용, 경쟁력 부재를 두드러지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현대차는 싸고 좋은 차였지만, 이제 현대차는 싼 차도, 좋은 차도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미 2015년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 창안자동차에 밀려난 바 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상하이GM, 상하이GM우링, 상하이폴크스바겐, 이치폴크스바겐과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이어 중국 자동차 시장 내 5위 자리를 공고히 해왔지만, 2년 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창안자동차는 포드와 합작해 몸집 키우기에 나선 상태다.

◇ 가격 대비 좋은 차였던 현대차 지위 “이제 없다”

특히 “이대로라면 합작을 끝낼 수 있다”라고 현대차에 통보하고 나선 베이징현대 합작사 베이징기차는 올해 판매량 급감의 주원인을 사드 갈등보다, 중국 토종 완성차업체의 가격 경쟁력에서 찾고 있다. 베이징기차는 한국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부품 가격을 언급하며 품질 격차로 용인돼 온 과거는 이제 없다며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납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베이징현대가 내놓은 ix35와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 창안자동차 CS75 간 가격 격차는 7만위안(약 1200만원)에 달한다. 엔트리 트림 기준 베이징현대 ix35와 창안자동차 CS75는 각각 17만위안(약 2900만원), 10만위안(약 170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기술 격차마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가 해외 자동차 업체 인수 등에 열을 올리고 나서면서 완성차 생산 기술력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차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까지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 북기은상차가 생산한 중형 SUV 켄보는 2000만원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형 상용차와 함께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이미 1000대 넘게 팔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짝퉁 이미지를 털어냈다”면서 “품질이나 안전성 등은 대폭 개선됐음에도 동급 차량에서 가격 격차는 2배 가까이 나는 경우도 허다해 아예 고급차를 구매하는 한이 있더라도 현대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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