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행사화 된 봉사활동 더 이상 사회에 감동 못 줘
대한민국 대기업 중 봉사활동 안 하는 곳은 거의 없다. 기업 로고가 박힌 형형색색 조끼를 입고 연탄을 나르거나 급식소에서 밥을 퍼주는 모습은 우리들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다들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아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제 좀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 된 것 같다. 현재 대기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이런 ‘착한 활동’들로 해소될 수 있는 수준인지. 우리 사회가 이런 대기업들의 봉사활동에 깊게 감동을 느끼고 있는지. 여기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대기업은 거의 없다고 본다.
대기업들이 아무리 봉사활동을 해도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이 제자리걸음인 것은 사람들이 대기업 봉사활동을 별 감흥 없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감흥이 없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미 대기업들이 굳이 회사로고를 달고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수준이 올라갔기에 이제 감동을 주려고 하는 행동은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한다.
대기업 봉사활동의 주체가 정말 대기업인지도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 엄밀히 말하면 대기업 봉사의 정확한 주체는 기업이 아니라 기업에 속한 직원들이다. 기업에 손발이 달렸을 리 없으니 김 과장, 박 대리들이 기업의 이름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봉사활동을 나간 몇몇 지인들은 마치고 나면 분명 보람이 있다고 전한다. 다만 할 일이 밀려있는데 투입되거나 ,경우에 따라선 주말 일정을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는 푸념도 있었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기업 봉사활동의 정확한 주체는 사실상 타의에 의해 나서게 된 직원들이라는 점이고, 이점 역시 대기업 봉사의 감동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직원들을 통해 선행을 하는 것 자체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국 대기업들이 정말 사회에 기여하고 싶고 또 이미지를 제고하고 싶다면 선행을 하는 방식보단 정도(正道)를 걷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제품에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득실부터 따져 발뺌하기보단 좀 손해 보더라도 안전을 우선한 결정하는 행위 등에 요즘 소비자들은 더 감동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도리지만 어떤 선행보다도 큰 감동을 줄 수 있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그나마 지킬 수 있는 길이다.
기업이 당연히 걸어야 할 정도만 걸으면 마치 엄청난 선행을 하는 기업인 것 마냥 칭송받는 시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