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로·스트레스 사망에 미친 영향 부정 안 돼”
과로에 시달리다 회사에서 숨진 항공사 직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아시아나항공 직원 조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했다고 10일 밝혔다.
1995년 아시아나 항공에 입사해 객실승무원으로 일하던 조씨는 지난해 1월 6일 서울 강서구 본사 건물 주차장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2세의 나이었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 측이 “업무량이 단기 과로와 만성 과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망 직전 과중하게 지워진 업무가 조씨가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을 악화시켰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조씨의 2015년 월평균 비행근무시간은 109시간 21분이었지만, 사망 전 3개월은 123시간 35분, 110시간 30분, 110시간 5분 등으로 조금 늘었다. 조씨는 이 기간 시차 8시간 이상의 지역을 10회나 비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망 전 3개월간 월 평균 약 114시간의 비행근무시간을 기록해 평소보다 비행근무시간이 늘었을 뿐 아니라, 그 중 약 39시간이 야간비행이어서 비행근무시간 중 야간 근무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다”면서 “특히 사망 전 영국 런던, 중국 청두 등 국제선 비행과 하루 4~5회 국내선 비행 등에 승무해 다수 비행, 장거리 비행, 야간 비행 등으로 평소보다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 직전 고혈압이 악화된 상태에서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면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고혈압의 진행을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사망에 미친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로 내린 공단 측의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