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지급 문제로 공장 가동 중단 이어 베이징차는 “합작 끝내자”
현대자동차가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내 부품 협력업체에 2500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하는 등 중국 시장 판매 반토막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대외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방부가 경상북도 성주 사주 기지에 7일 사드 1개 포대 구성을 완료하면서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탓이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이 불거진 지난 3월 중국 시장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7% 감소한 5만6026대를 판매했다. 이후 현대차는 판매 반등 없는 악화를 겪으며 올해 상반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서 42만900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7% 급감한 판매량이다.
지난달 22일엔 베이징현대 공장 4곳이 협력사인 베이징잉루제의 부품 공급을 중단으로 일주일 넘게 멈춰 섰다. 이어 5일 또다시 협력업체 부품 공급 중단으로 베이징현대 창저우 공장이 멈췄다. 창저우 공장은 베이징현대로부터 부품 공급 대금을 받지 못한 창춘컨더바오 부품 납품을 거부하면서 생산 라인이 멈춰 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드 배치가 현대차라는 개별 기업이 풀 수 없는 문제라는 데 있다. 게다가 현대차가 공장 중단을 막기 위해 직접 협력업체에 부품 공급 대금을 지급하려해도 베이징현대 합작사인 베이징기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동안 불거진 베이징현대 공장 중단은 재무권한을 가진 합작 파트너, 베이징기차가 대금 지급을 거부한 탓이다.
올해 들어 사드 보복조치와 불매운동의 여파로 판매량이 지난 해 대비 45.5%나 급감하자 베이징기차 측은 협력업체들의 단가를 일괄 20~30%씩 삭감하라며 현대차 측을 압박하고 있다. 또 베이징기차는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맞추지 못하는 협력업체에 대금 지금을 미루고 있다. 앞서 베이징루제는 6개월치 부품 공급 대금을 받지 못했다.
업계에선 베이징기차가 사드 추가배치 정국을 맞아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어깃장 걸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6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자동차가 부품 공급과 관련한 현대차의 탐욕과 오만에 지쳤다”며 “합자 관계가 끊기는 위험이 있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자동차가 비용 절감을 위해 현대차에 한국 납품업체를 중국 현지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대차가 이를 거부해 갈등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자동차는 매출 감소로 베이징자동차는 타격을 받았지만, 현대차는 한국 부품업체 덕분에 계속 이익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곧장 반박하고 나섰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현대차와 현대차 계열사 역시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평가도 불거진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그동안 베이징자동차에서 현대차 협력업체가 지나치게 독점하고 있다는 불만이 일었음에도 말하지 못했던 것이 최근 사드 배치 사태와 맞물려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 수출 회사를 운영하는 기아무개씨(51)는 “중국 정부가 현대차를 사지 말라고 하지 않아도 사드를 중국 감시 수단으로 생각해 알아서 한국 기업을 내모는 분위기”라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 기술력마저 올라와 현대차 브랜드 가치마저 희석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추가 배치 등은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