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 이슈에 알뜰폰 묻혀…도매대가 인하 협의 착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KMVNO)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6월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 앞에서 도매대가회선 기본료 폐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에 신경을 쓰는 동안 돌보지 않은 알뜰폰 업계에 생채기가 깊게 패였다. 가입자 이탈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그에 따른 적자만 커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일부 사업자는 출혈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호응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오는 15일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이 기다리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기존 선택약정할인율에서 5%포인트 상향된 할인을 제공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발길을 돌리는 사용자들이 많아졌다. 지난 7월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번호이동한 가입자 수는 6만3113건에 달했다. 이는 알뜰폰 출범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알뜰폰 이탈자 수는 4만4307건이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2만명 가까이 알뜰폰을 떠난 셈이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이런 정책에 애먼 알뜰폰 사업자들만 경쟁력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이통3사의 요금을 내릴수록 알뜰폰 업계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들을 지원해줘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고 이통3사도 경쟁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요금을 덩달아 내리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궁극적인 통신비 절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알뜰폰을 먼저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알뜰폰이 고객을 늘릴수록 기존 이통3사가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 논리에 맞게 자율적인 경쟁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에서는 2위 이통사인 KDDI가 최근 요금을 내렸다. 일본에서 알뜰폰이 인기를 끌고 고객을 유치해가자 자발적으로 요금을 낮췄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한국에서도 이런 모델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통신비 인하 정책안을 발표하면서 알뜰폰을 위한 전파사용료 감면제도 연장, LTE 회선 수익배분율 10%포인트 상향 등을 통한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파사용료 감면제도 연장은 전파법 시행령 개정으로 1년 연장됐다. 하지만 8월까지 마무리 짓겠다던 도매대가 관련 협상은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이 도매대가 인하를 두고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외부에 알려진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이번 달 안에는 도매대가 협의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오는 10월로 넘어가게 되면 당장 12일부터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추석 연휴 전인 9월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알뜰폰 사업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알뜰폰은 주파수와 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 구조상 언제든지 위기가 도래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정부가 망투자를 하든지 제4이동통신사를 출범시켜 제4이통이 구축하는 망을 알뜰폰 사업자에게 저렴한 도매대가로 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투자한 망을 알뜰폰 업계에서 사용하면 저렴한 LTE 요금제도 내놓을 수 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동통신사에게 도매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 2G, 3G보다 LTE 도매대가가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이통사의 알뜰폰 망 도매제공 의무도 2019년 9월이면 끝난다. 그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도매대가가 보장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윤 국장은 “망 주인이 따로 있으니 알뜰폰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나서서 제4이통을 통해 알뜰폰 사업자들의 망 제공을 약속 받고 비대칭규제 등 특혜 정책을 충분히 줘서 알뜰폰 사업자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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